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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사과 Jan 19. 2023

아주 주관적인 한국기행-제주도(4)

3박 4일 뚜벅이 제주 탐방기

아쉬움 한 스푼 덜어 넣으며


어느새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이마께 가 어머니가 어루만져 주듯이 살포시 뜨근한 느낌이라 유난히 더 일어나기 싫었습니다. 비척거리며 일어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블라인드를 걷었습니다. 화창한 햇살이 옅은 구름을 뚫고 나와 바다를 어루만지고 있어 더욱 눈이 부십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지난 3일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사실 여행 내내 날씨가 좋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여우비가 내려 우산을 쓸까 말까 고민하기도 하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옷깃을 단단히 여미기도 했습니다.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가지 말라고 붙잡듯 수줍게 햇빛을 보여주니 그마저도 고마운 심정입니다. 따뜻한 물을 마시러 숙소 1층에 마련된 카페테리아로 향했습니다. 온수를 마시고 싶으면 카페테리아의 정수기를 이용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바깥 구경도 할 겸 나가자마자 제주도 날씨의 변덕스러움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그 무거운 철문을 날려버릴 듯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젯밤 잠에 들기 전 문단속을 할 때 문 위에 달린 쇠사슬을 보고 잘못 달아놓으신 거 아니겠냐고 깔깔대며 웃었는데, 아침이 되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부랴부랴 따뜻한 물 한잔을 뜨고 사진도 찍고 방으로 달려들어왔습니다.

창 밖에서 제주도가 들어옵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니 어느새 11시가 되었습니다. 비행기는 15시 30분이라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 어제 먹기로 정해둔 [빗소리-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특별자치도, 구좌읍 김녕로 151 KR]로 향했습니다. 저와 동행자 모두 일본식 튀김과 덮밥을 좋아하는지라 평소에도 만나면 열에 4~5번은 이를 먹곤 합니다. 제주도의 신선한 해산물로 튀김을 만든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군침을 흘리며 가게 앞에 섰습니다. 웨이팅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는데 단 두 팀만이 기다리고 있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던 찰나, 웨이팅 순번이 8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시각이 11시 40분이니까 기다리고 나면 계획한 다른 일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가게 앞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고민한 결과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맛있다고 하니 만약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꼭 한 번 가보셨으면 합니다.


터덜터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향한 곳은 카페 [쪼끌락-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1223-20]입니다.


다행히 이곳은 한산했습니다. 명당을 놓치게 될까 싶어 황급히 창문이 커다란 바다를 여과하고 있는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바람이 거세, 해변가는 어지럽지만 상대적으로 먼바다는 너무나 평온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를 바라보며 멍하니 주문한 음료가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것은 '돌하르방 초코라떼'와 '녕라떼' 입니다. 돌하르방 초코라떼는 귀여운 커피 돌하르방이 얼려져 나와 달콤한 우유와 초코 시럽을 섞어먹는 음료입니다. 달콤하고, 바디감 있는 목 넘김이라 진한 음료를 좋아한다면 실패 없는 맛입니다. 게다가 하얀 우유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즐기는 작은 돌하르방이 귀엽습니다. 만약 주문한다면 아이스를 추천합니다. 함께 나오는 돌하르방이 얼음이라 금방 미지근해진다고 합니다. 녕라떼는 제주 바다를 닮은 색이 그라데이션으로 층층이 쌓여있어 눈이 즐거운 음료입니다. 함께 주는 하늘색의 묽은 크림을 섞으면 더욱 아름답게 번져 창 밖의 풍경과 잘 어울립니다. 달콤 쌉싸레한 맛이 디저트로 먹기에 제격인 듯합니다.

[쪼끌락]의 메뉴와 창 밖으로 펼쳐진 바다.
김녕 해변

한참 사진을 찍고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음료가 동이 났습니다. 이제 제주도와 작별을 고할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고 소품샾에 들러 선물을 사기로 했습니다.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김만복 김밥-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삼동 2247]입니다.


제주공항 근처라 그런지 사람으로 미어터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음식을 받았습니다. '전복 김밥'과 '통전복 주먹밥', '오징어무침 비빔면'을 먹었습니다. 전복의 맛과 향을 잘 몰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고소하니 맛있었습니다. 김밥 가운데 들어간 계란말이도 쫀쫀하고 부드러운 푸딩 식감이라 재미있습니다. 통전복 주먹밥 위에는 정말 전복 하나가 통으로 올려져 있습니다. 맛은 전복 김밥과 유사했습니다. 오징어무침 비빔면은 새콤한 양념에 오징어, 무 절임 등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특별한 맛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전복 김밥과 주먹밥의 느끼함을 잡아줘, 전체적으로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사실 제가 막입이라 어느 정도면 다 맛있다고 느끼므로 객관성을 보여드리기 어렵지만, 주변 사람들도 만족한 듯 드시는 것을 보아하니 한 번쯤 여행 기운에 취해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만복 김밥]. 제주에서 마지막 만찬.
[선물고팡-제주시 KR특별자치도 제주시 월성로 15 1층]은 김만복 김밥에서 제주공항 방면으로 10분쯤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습니다.

2층 규모의 기프트 샾으로 제주를 여행하며 보았던 대부분의 소품이 모여 있습니다. 약 10개 이상의 기프트 샾을 구경하며 발견한 것은 대부분 취급하는 상품이 같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어디서 사도 비슷한 것을 살 수 있으니 가격 비교를 해보고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희는 흩어져 각자 선물을 골랐습니다. 저는 귀여운 감귤, 돌하르방, 동백꽃이 코팅된 소주잔과 제주에서만 판다는 돌하르방 모양의 비타 500을 선택했습니다. 제주 비타 500은 귤 맛이 강하게 나는 등 일반 비타 500과 맛에서도 차이가 있으니 선물용으로 좋습니다.

선물로 사온 소주잔과 선물로 받은 스티커.

어느새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좌석에 앉아 이번 여행을 반추해 봅니다. 그동안 뚜벅이로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각 여행지마다 좋은 점도 있었고 힘든 점, 나쁜 점도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계획만 현명하게 잘 짠다면 차 없이 다닐만한 여행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있고 길도 아기자기하게 예뻐, 여행지에 온 기분에 흠뻑 젖을 수 있습니다. 물론 배차간격이 길다거나 날씨가 변덕스럽다거나 힘든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여행의 묘한 마력으로 충분히 상쇄 가능한 정도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차를 타고 다니며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많습니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꿈같은 3박 4일이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벌써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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