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합니다.](13)
허리가...
며칠 전부터 허리가 시큰시큰하고 뻐근하다 싶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해외 보디빌더 영상을 참고하여 루틴을 다시 구성했는데 데드리프트 탑세트를 하던 도중 허리가 나가버린 것이다.
(탑세트 운동법: 운동을 할 때마다 강도를 늘려가며 점진적 과부하를 주기 위해 고안한 루틴으로 웜 업 세트, 피더 세트, 탑세트, 백업 세트로 진행된다.)
특별 강화 기간이랍시고 무리해서 강도를 늘렸는데 아직 몸이 받아들이지 못했나 보다.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눕지도 엎드리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운동을 쉬며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미련해도 너무 미련했다.
내 몸의 한계점, 컨디션을 생각하지 않고 세트, 횟수, 무게 같은 숫자에 목을 매고 맹목적으로 훈련한 것이다.
목표지점을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성장했어야 했는데, 목표 지점 자체도 두리뭉실하게 설정하고 그 지점에 수치적으로 도달하는 것만 신경 썼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이 운동이 즐거웠다.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란 처음이 가장 즐거운 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결과에만 집착하다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는 방법을 잊고 스스로를 혹사하고 있었다.
땀 흘리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몸을 자유로히 움직일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축복받은 것인데 바보처럼 계속 벼랑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맹목적이었다.
그러니 이 사달이 날 수밖에.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근 3년간 이 운동에 매진하며 친구를 만나거나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었다.
루틴과 식단을 지키기 위해 좋아하는 음식도 포기했고 모든 순간을 헬스장에 헌납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혜민 스님께서 말씀하셨던가,
꿉꿉한 헬스장에서 벗어나 근육통 없는 오롯한 정신으로 바라본 세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물론 이 운동을 영원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길을 지나왔고, 한 순간에 포기하기에는 쌓아온 것들이 아쉽다.
무엇보다 나는 이 운동을 너무나 사랑한다.
다만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이 운동을 하며 즐거웠던 순간들로 천천히 채워갈 생각이다.
숫자의 강박에서 벗어나 처음 바벨을 잡았을 때의 설렘, 안되던 동작을 성공했을 때의 희열, 땀에 젖은 몸을 씻으며 느낀 개운함, 무아지경으로 운동에 집중하며 느낀 몰입, 이 전부를 하나하나 새길 것이다.
집착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나아가자.
결과를 바라지 말고 과정에 집중하자.
오늘도 운동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