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햇살 Mar 31. 2023

꽃자리에 돌개바람 불거든

*꽃들의 흉터*를 읽고

 

  자고 일어나면 뒤숭숭한 뉴스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계모가 의붓아들을 굶기고 폭행하여 죽인 사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가장이 일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을 한 사건, 의붓아버지에게 수십 년간 성폭력을 당한 사건 등. 너무 비참한 뉴스여서 차라리 채널을 돌리고 외면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말하는 책이 있다. 그들을, 그 사건을, 더 깊이, 더 가까이하려는 눈과 귀와 마음이 필요하다고 조용하게 부르짖는 책이다. 오복이 작가의 청소년 논픽션, '꽃들의 흉터(청동거울)'이다.

   

오복이 작가는 청소년 쉼터에서 상담사, 케이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부터 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아픈 꽃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며 그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작가는 상처투성이인 그들의 아픔을 대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막막한 그들의 내일을 바꾸고 싶어서, 깊은 상처가 아물고 꽃자리가 되어 튼실한 열매가 열리기를 기대하면서 아픈 오늘을 기록으로 남겼다.    

  

 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폭력과 사기, 착취와 질병, 임신으로까지 삶이 얼룩졌다. 불신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들은 케이의 염려와 관심을 위선과 간섭으로 받아들일 때도 있다. 케이는 권면이 통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올바른 관계 맺기와 인생 덕목을 가르쳐 주지 못한 어른들의 무책임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이 부끄러움은 케이만의 몫이 아니라 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모든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앞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닌 이웃들, 특히 소외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선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 관계란 단지 생리적 욕구 충족만이 아니라 나와 너 사이에 전해져야 할 따뜻함과 든든함, 위로와 지지를 전해 주는 통로여야 할 것이다.


 쉼터에는 선한 목표가 있으나 경제적으로 홀로 서야 살아갈 수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 자립을 위해 기술을 배우고 돈을 벌면서 밤에만 검정고시 준비를 할 수 있는 이들은 "이렇게 돈만 벌다가 죽을 것 같아요"라며 절망한다. 케이는 그들에게 자기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권면하면서 독자에게 묻는다.

"수많은 아이가 죽음을 생각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시나요?" (본문 중)         


 이 책은 열세 명의 기록이지만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 2021년 전체 가정 밖 청소년은 약 12만 명으로 추정되고 쉼터 이용자는 27%로 추산된다"(서문 중)고 한다.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많은 청소년들이 홀로 아픈 꽃이 되어 시들어 가고 있다. 가난과 폭력과 무시와 조롱을 통곡하고 싶었으나 통곡조차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놓여 있다. 피폐한 그들이 쾌활한 자가 되도록,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설에도 마음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작은 관심으로 인하여 어둡고 캄캄한 동굴에 갇힌 청소년들이 고난을 이겨내게 된다면 그들의 어려움은 행복의 씨앗이 될 것이다.   

      

"심부재언心不在焉  시이불견視而不見 청이불문聽而不聞(대학)",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했다. 오늘도 시린 눈물을 닦고 삶을 헤쳐 나가는 소년소녀들에게 따스한 마음 한편 내어주는 이웃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결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