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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햇살 Dec 20. 2023

때까치가 물어다 준 복 씨

뜻밖의 선물

 농장 군데군데, 블루베리나무 밑이나 탱자나무 근처, 울타리 곁에도 느닷없이 수세미가 자라고 있었다. 마침 기관지에 좋다니까 진액을 만들어볼까 하여 뽑아내지  않았다. 스무 마리 정도의 때까지가 몰려다니며 짖어대더니 수세미 씨앗을 뿌려주었나 보다. 우리 귀한 블루베리는 얼마나 먹어댔을꼬. 여기저기 자주색 새똥이 많이 있는 것을 보면, 또 더 익으면 따려고 아껴 놓은 블루베리가 사라진 것을 보면 그들의 소행임을 눈치챌 수 있다. 요즘 들어  때까치들은 무리 지어 다닌다. 풀을 뽑다 보면 우두두둑 빠지직 소리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소리가 나서 무섬증이 일기도 한다. 소리가 난 곳으로 가볼라치면 푸르륵 포르르륵 콩밭에 앉았던 새들이 한 무더기 날아간다. 워낙 많은 새들이 한꺼번에 일어서니 때론 공포감마저 인다. 우우우하고 돌아다니다 한 곳에 푸르륵 앉아서 먹고 가면 말끔히 청소가 된다. 얄미운 새였는데 올해는 수세미를 서너 그루 심어놓았다. 이런 덕도 보는 날이 있구나. 고맙다 때까치야.

 수세미가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가을에 따서 양끝을 잘라 씨를 빼냈다. 지인들에게 씨앗 나눔을 하고 나도 내년에 심어볼 요량으로 몇 개 남겼다.

반으로 자른 수세미를 끓는 물에 살짝 쳐내고 껍질을 제거한 후에 햇볕에 말렸다. 그것으로 설거지를 하니 참 개운하다. 웬만한 그릇들은 세제 없이도  천연수세미를 사용하뽀송뽀송해진다. 그릇들이나 마음까지도. 제비 다리 고쳐 주고 받은 씨앗은 아니지만 귀한 블루베리 먹여 주고 받은 것이어서인지 더 살갑다.


 엊그제 수세미 같은 이를 만났다.

나의 수고로움이나 노력과 의지는 한 스푼도 가미되지 않은 만남이었다. 그냥  살다 보니 만나지는 만남. 필요불가결의 성질을 조금도 갖지 않은 만남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허락된 시간의 서걱거림을 무마시키기 위해 나눈 대화에서 따스한 마음을, 평안함을 한소쿠리 얻었다.

순하게 살아가는 그이. 포용의 넓이와 사색의 깊이가 신선한 바람을 가져온다.

정다운 그의 시선을 받으며 위로를 얻는다.

복잡했던 심사에 해결의 꼬투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뜻밖의 선물, 수세미와 같은, 그이의 평안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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