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에 가면 해마다 봄이 몸을 풀기도 전에 매화를 피워내는 고옥이 있다. 그 매화의 겨울민낯을 보기 위해 걸음을 했는데 정작 매실나무는 스쳐 보내고 대문만 마음 가득 담아왔다.
저 감나무의 나이를 생각하면서 홍시를 좋아하는 아흔다섯의 엄마를 떠올렸다. 앙상하지만 폭넓게 뻣어나간 감나무. 저 나무를 살리기 위해 대문에 곁을 내준 사연에 마음이 기운다.
주인장에게 그 사연을 듣고 싶었으나 차마 묻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새봄이 오기 전까지 그 사연을 상상하면서 나만의 보따리를 갖고 싶다.
돌아서면서 눈짓한다
많이 아팠냐고
얼마큼 풍요로웠냐고
지금도 따스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