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옥순 여사님께
엄마, 엄마,
내가 누구게
..
..
나게
..
나 엄마 막내딸
..
그려 다 알어
내 막내딸!
우리 팔 남매는 엄마로부터 서서히 잊혀 가는 중이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었던 엄마가
이제 비에 젖은 지푸라기가 되어 푸지직 푸지직 꺼져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엄마의 유머는 아직 싱그럽다는 것.
자식들 이름이 생각 안 나면
"나게"
재치 있게 답하신다.
엄마, 엄마,
한 밤 자고 나면 엄마의 기억에서
무엇 한 가닥이 슬슬 빠져나갔을까요.
이 밤이 동지보다 더 길게 늘어나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