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by 아침햇살

백일홍꽃이 만발했다.
다홍, 노랑, 분홍.
겹겹이 번져 여름을 수놓는다.

백일을 피고 지며
긴 숨결을 이어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

가까이 들여다보니,
꽃송이마다 반짝이는 백여 개의 음표가 있다.
한 송이 안에도 스물여 개 작은 꽃이
오밀조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많은 얼굴들이 숨어 있었다.
꽃 하나가 아니라
작은 마을 하나가 그 안에 살고 있었다.

백일홍의 세상은 결코 백일몽이 아니었다.
하나의 꽃 속에도
수만 가지 삶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이 기쁨을 위해
땡볕 아래서 풀을 뽑고,
매일 물을 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손끝이 얼얼하고
발바닥이 저리던 수고가
지금, 한 송이 꽃으로 되돌아왔다.


꽃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알았다.
내 안에도 또 다른 세상이 꿈틀거린다는 것을.
수많은 작은 노래들이 겹겹이 숨어 있다가

누군가의 계절 속에서
작은 씨앗 하나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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