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가르쳐준 처방전

by 아침햇살

"막둥아, 기운이 당최 없네. 닝게루나 하나 맞아야겄다."

"엄마, 전주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하게요."

"아녀, 내가 알어. 내가 태어난 칠월만 되먼 해마다 아프잖어. 닝게루 한 대면 충분혀."

"에구, 못살아. 시방 엄마가 의사여?"

"하먼, 장마가 너무 길었잖어. 햇빛을 못 봐서 그려. 귀가 얼얼하게 빗소리만 잔뜩 쟁여놨으니. 온몸이 끕끕햐. 맥혔어."

"그러니까 맥힌 것 뚫으러 병원 가자니까요."

"해만 뜨믄 풀릴 거여. 병은 적이 아니라 친구여. 살살 달래야 혀"

"엄마가 그 연세에 달랠 수가 있간디. 의사가 헐 일이지."

"의사들은 병만 더 들춰내잖여. 늙으먼 병과 붙어사는 거여. 미워하지 말고 친구 삼아야 오래 간다잉.“

엄마는 자기 몸의 의사다. 막둥이의 말은 바람결에 흩어지고, 아흔 해 고집은 인생의 노래가 된다. 병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벗이며, 늙음은 견뎌야 할 짐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쉼이다. 햇살처럼 받아들이고 빗물처럼 흘려보낼 때, 삶은 고통이 아닌 오래 숙성된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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