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섬진강물 풀리기도 전에 산수유 노란 봄빛을 만나러 가는 그녀.
하루 세 번 강물 빛이 달라진다며 시시때때로 달려가는 그녀.
옥빛 물결의 잔잔함 속에서 위로를 받고 온다는 그녀.
누군가는 묻는다.
“그 강이 그렇게 좋으냐”라고.
그녀는 말없이 웃는다.
그곳엔 젊은 날의 기억이 흐르고, 흘러간 이들과의 추억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리움의 강가에 늘 발을 담그고 산다.
홍쌍리 매화 동산에 매화가 움트면,
못다 푼 그리움도 함께 싹을 틔운다.
꿈속에서도 섬진강을 걷는다.
매화꽃 피고 벚꽃도 피면
긴 강물 따라 그녀의 자잘한 웃음도 핀다.
땡볕이 이글거리는 여름날에도
자갈돌 울음소리를 들으러 달려가는 그녀.
운무 가득한 녹찻잎의 새벽을 만나러
이른 바람을 가르는 그녀.
한가위 지나면 피아골의 가을을 맞이하고
단풍잎 한 장에 물든 세월을 접어 넣는다.
강물 위에 고운 빛깔로 떠내려 보내는 그녀.
눈송이 흩날리는 겨울이면
님과 못다 한 이야기를 들으러 다시 강가로 향한다.
강물은 아무 말이 없지만,
그녀는 그 침묵 속에서 대답을 듣는다.
섬진강에 마음이 묶여버린 그녀,
“나 죽거들랑 저 강물에 띄워달라”던 그녀.
강물 따라 자유롭게 흘러가고 싶다던 그 말이
이제는 바람처럼 내 마음에 남는다.
그녀의 이름은 여전히 청춘,
그녀의 시간은 여전히 강물처럼 흐른다.
그리고 나는 안다.
흘러간 것은 강물이 아니라,
그녀의 젊은 날이었음을.
나의 언니,
섬진강 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