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그리움을 몰고 다닌다

설레는 오월

by 아침햇살


주말농장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함박꽃을 심는 일이었다. 곁님은 먹을 수 있는 곡식이나 채소를 심자고, 꽃이 좋다면 차라리 꽃나무를 들이자며 성화를 했지만 나는 함박꽃부터 심었다. 함박꽃의 뿌리는 새끼손가락보다도 가늘었다. 그럼에도 그 가느다란 뿌리 하나에서 여러 송이의 꽃이 차례로 올라올 것임을 나는 알기에 곁님의 지청구를 물리치고 꽃밭 가득 함박꽃으로 채웠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을 꺾어 소유하려 하고,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꽃에 물을 준다고 했다. 어릴 적의 나는 분명 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나는 자주 꽃을 꺾어 화병에 꽂아 선생님 책상 위에 올려놓곤 했다. 그 작은 기쁨을 누리려면 이른 새벽, 아버지가 일어나시기 전에 살금살금 뒤뜰로 가야 했다. 이슬이 흥건한 함박꽃을 살짝 흔들어 깨운 뒤, 학교로 가자고 속삭인다. 그때의 두근거림과 환희는 오월마다 나에게 찾아오곤 한다.

하나, 둘, 셋에서 멈추어야지 다짐하면서도 하나만 더, 또 하나만 더,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를 되뇌다 보면 어느새 한아름이 된다. 앞가슴이 다 젖도록 꽃을 품에 안아 담장 위에 숨겨 둔다. 아버지의 시선을 피하려 아침밥은 먹는 둥 마는 둥, 일찍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일어선다. 그렇게 꽃을 몰래 안고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혼날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아끼던 것을 꺾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훗날 함박꽃 앞에서 사진을 찍다 말고, 나는 내 어릴 적의 작은 범죄를 자백했다.

“아버지, 중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아끼던 꽃을 삼일에 한 번꼴로 꺾어 갔었어요. 죄송해요.”

아버지는 허허 웃으시며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하셨다. 잠 많던 내가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면 ‘오늘은 꽃을 도둑맞는 날이구나’ 하고 짐작하셨노라고. 왕눈이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이 귀여워 그저 지켜보고만 계셨노라고.

내 기억의 울안에서 함박꽃은 언제나 허허 웃으시던 아버지를 불러오는 꽃이다. 그래서 5월은, 내게 늘 그리움으로 돌아오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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