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골 가정의학과는 동네 사랑방
삼십여 년 전의 인연으로
가끔씩 몸 전체를 관찰하고 싶을 때면 찾는 병원이 있다.
초음파로 복부를 봐주고 허리나 무릎 갑상선, 경동맥을 봐준다.
원장님은 오전 근무만 하고 남은 반나절은 자기 몸을 돌보는 일에 쏟는다.
등산이나 다른 운동을 하고 수시로 돌을 모으고 꾸미는 일을 한다.
이렇게 쉼을 중요시하는 것은 그가 암환우였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완치가 되었지만 일에 묻혀 살지 않을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는 멋진 의사다.
그래서인지
그곳엔 아침 8시부터 1시 30분까지 번잡하다.
대기를 보통 삼사십 분은 넘겨야 한다.
거의 동네 노인정 같은 곳이다.
의사 선생님은 환자들의 가정사도 얼추 아는 모양이다.
아들은 왔다 갔냐는 둥 생신잔치는 좋았냐는 말이 오고 간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염려하며
옷을 여며주고 마스크를 챙겨준다.
계단 내려갈 때까지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자세하고 친절하다.
요즘 1분도 안 되게 진료하는 의사가 많다고 말들 하는데
여기는 오히려 환자가 바쁘다며 설명을 자를 때도 있다.
담당의는 환자의 호소를 귀담아듣고 전체적으로 설명을 해준 후
깨금발로 서기나 발가락 두드리기, 손가락 펴기, 발끝젖히기. 뒤꿈치 들기
등 노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준다.
어깨가 넓으니 운동을 조금만 더하면 선수감이라고 칭찬으로 운동을 권유한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풀릴 때까지 설명해 준다.
귀가 들리지 않고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노인들의 대책 없음을 허허 웃으며 듣고 대책을 마련해 준다.
산에서 굴러서 다친 환자분을 보더니 초음파로 어깨를 본다.
동전파스를 붙이고 온 환자에게는 케토탑 파스를 권한다.
어깨는 신세계병원이나 참병원이 좋다며 여기에서 치료가 안 되고 더 아프면 그 병원을 찾으라 한다.
이렇게 편하게 들락날락할 곳이 있어서 주변의 주민들은 큰 의지가 될 것 같다.
벽면에는 사모님이 그렸다는 그림이 걸려있다.
평화롭고 봄이 온 듯하다. 다소 무료해지던 순간에 눈에 생기가 돈다.
지극히 정성스러운 이 병원에.
지극히 소박한 이 병원에
지극히 평범한 환자들에게
평안을 건네주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