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르신의 감상문
2023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을 수업할 때 계속 눈에 밟히는 분이 계셨습니다.
일흔 후반으로 보이는 분이었어요.
퇴직 후부터 부부 사이도 자꾸만 삐걱거리고,
자녀들은 서울에서 각자도생하느라 찾는 횟수가 줄고.
무릎은 고장이 나서 걷기도 힘들고...
그 선생님은 *혼불*을 읽다가 자주 울었습니다.
몸집은 우람하시고 여러 사람을 포용할 것 같은데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온몸이 눈물로 푹 절어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곧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자꾸만 내 큰언니가 떠올라서 더 콧잔등이 시큰거렸습니다.
수업이 있는 날이라도 그녀와 식사라도 같이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몇 달 후,
2023년 *혼불* 수업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공백이 될 시간을 위해, 고전반을 소개해 드린 후 헤어졌습니다.
우리는 이 년 동안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메시지가 왔습니다.
참기쁜소식이군요아마옥양목이불을가을볕에널어서말끔하게걷어가는느낌축하합니다.
띄어쓰기를 안 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해석해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참 기쁜 소식이군요. 아마 옥양목 이불을 가을볕에 널어서 말끔하게 걷어가는 느낌! 축하합니다.
이 년 만에 받은 메시지였고 그녀는 나를 웃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후 다시 메시지가 왔습니다.
2026년 1월 10일 토요일
[***] [오후 7:42] 수요일받아목금놀아가서토요일새벽에읽었어요그려사랑혀가족되었어요함박꽃꺽던소녀되고요금반지나누는사돈어쩜면그리도진일까요혜숙언니도보고싶고35세위암으로돌아가신오빠는77의모습을그려보았어요 누런들녁을보며대둣병에왕치메뚜기잡아주던삼춘고모들 오빠와저는갱변에한번도못가본진봉사람망해사를금산사를원족갔어요 선생님까만눈동자가여쁜것알지요너무진중하셔막내줄몰랐네요 덕분에저도돌아보게됩니다 고맙습니다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수요일에 받았는데 목, 금 놀러 갔다 와서
토요일 새벽에야 읽었어요.
"그려 사랑혀"가족 되었어요.
함박꽃 꺾던 소녀 되고요.
금반지 나누는 사돈, 어쩌면 그리도 찐일까요.
혜숙언니도 보고 싶고
35세 위암으로 돌아가신 오빠는 77의 모습으로 그려보았어요.
누런 들녘을 보며 대두병에 왕치메뚜기 잡아주던 삼촌, 고모들.
오빠와 저는 갱변에 한 번도 못 가 본 진봉사람.
망해사, 금산사를 원도 없이 갔어요.
선생님 까만 눈동자가 예쁜 것 알지요.
너무 진중하셔 막내인 줄 몰랐네요.
덕분에 저도 돌아보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그녀를 위해 마음을 모읍니다.
내 책으로 위로가 되기를
오늘도,
내일도,
많이 웃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