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우기
벌써 병오년 정월 열아흐렛날이다
대학(大學) 7장, 정심장 (正心章)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 다시 나의 마음을 다스려본다.
심부재언(心不在焉)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이고
청이불문(聽而不聞)이며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其味) 니라.
마음이 자리에 있지 않으면,
시이불견(視而不見).
보아도 남지 않는다.
눈앞의 풍경을 분명 보았으나 그 색과 윤곽은 마음에 새겨지지 않는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렇게 하루를 흘려보낼까?
창밖의 계절도, 마주 보는 사람의 표정도,
이미 알고 있다는 이유로 흘려보낼 때가 많다.
청이불문(聽而不聞).
귀 역시 마찬가지다.
말은 들리지만 뜻에는 닿지 않는다.
말은 오고 가지만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고개는 끄덕이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
상대방의 말이 내 안에 머물 자리를 잃는 순간,
그 소리는 소음이 된다.
듣지 않는 귀는 상대는 물론 나를 외롭게 만든다.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其味).
마음을 잃은 식탁은
무의미한 수저의 움직임만 있을 뿐, 맛을 느끼지 못한다.
배는 불룩하지만 하루는 홀쭉해진다.
마음을 잃은 삶은 중요한 감각도 잃는다.
오늘, 호흡은 하지만 죽은 상태가 된다.
『대학』. 정심(正心)은 고단위의 수양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 이 순간, 마음을 붙잡고 서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을 들을 수 있고,
먹으면서 맛을 아는 것.
마음이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내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오늘, 여기, 나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일,
이것이 진정한 어른으로 나갈 수 있는 마음공부다.
기대가 된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
오늘 볼 수 있는 풍경들.
오늘 먹을 수 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