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시계에 관하여.
어느 순간부터,
탓이라는 감각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외부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시계가 더 또렷해졌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꽃잎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추락의 궤적 안에
타자의 개입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꽃잎은 비를 원망하지 않는다.
젖어드는 무게조차
자신이 감당해야 할 존재의 양식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저, 져야 할 때가 되었을 뿐이다.
봉우리를 틔울 때도 거름의 덕이라 칭송하지 않고,
만개한 순간에도 햇빛의 공이라 찬양하지 않는다.
외부의 힘은
거스를 수 없는 중력일 뿐,
피어남과 시듦의 주권은
오직 내부의 시계에 귀속되어 있다.
꽃은 침묵으로 응답한다.
모든 인과(因果)의 소란을 잠재우고,
지금 이 순간이
‘마땅히 그러해야 할 때’였음을
온몸으로 긍정할 뿐이다.
탓할 대상이 사라진 자리,
비로소 오롯한 ‘나’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