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나를 베기 위해 갈아온 가장 비겁한 칼날

by 간극

우리는 생각보다

스스로를 대면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 있거나,

혼자일 때조차 우리의 의식은

완전히 홀로 서지 못한다.


인간의 시야에는 늘 타인이 들어오고,

그 타인의 빛이 강할수록

나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특히 나보다 나아 보이는 존재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비교’라는 수술대에 스스로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멀쩡한 부분마저

부족하다며 도려내기 시작한다.


자기 적출.


그것이 비교에 잠식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가장 조용한 폭력이다.


비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나’보다 먼저 ‘타자’와 ‘세계’를 경험하고,

그 거울을 통해 뒤늦게

자신의 윤곽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도구가

지능과 욕망, 질투와 결합하는 순간이다.


그때부터 비교는

세상을 향하던 기준이 아니라,

나를 향해 겨눠진 칼날로 변한다.


아무 문제없던 삶도

그 칼날 위에 올라가는 순간

결함투성이의 오답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타이슨의 주먹과

자신의 주먹을 비교하지 않는다.


이미 다른 영역의 존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놓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같은 링 위에 올라선다.


같은 아파트,

비슷한 환경.


그 이유만으로 우리는

서로를 저울 위에 올려놓는

착각의 저주에 걸린다.


그리고 그 저울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내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타인이 나를 비교하는 것은

흘려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비교의 뫼비우스에 올라타는 순간,

그 비교의 고리에는 출구가 없다.


이 질주를 멈추는 방법은 하나다.


비교의 방향을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로 되돌리는 것.


남보다 앞섰는지가 아니라

나는 오늘 충분히 살았는가.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나는 나의 기준에 정직했는가.


타인을 향하던 질문을

내 존재로 돌려놓는 순간,

비교는 더 이상 칼날이 아니라

기준이 된다.


진짜 비교는

타인과의 우열을 가르는 싸움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를 메우는 일이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느라

내 삶을 방치하지 마라.


당신이 증명해야 할 것은

타인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당신 존재 그 자체의 정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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