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평등한 세계

불균형의 숭배자들

by 간극

우리는 완벽을 사랑한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균형을 깨뜨리는 불협화음의 음표는 본능적인 불편함을 제조한다.

호의에는 그에 걸맞은 보답이 따라야 관계가 지속되고, 그 저울의 수평이 어긋나는 순간 우리는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나의 문제인가, 너의 오만인가, 아니면 이 세계의 결함인가.


하지만 기이하게도 인간은 그 불균형이라는 금단의 영역에서만 생존의 권위를 확인한다. 어긋난 균형에서 오는 쾌락과 희열은 나를 ‘특별한 존재’로 격상시킨다.


우리는 입으로는 균형을 칭송하지만, 속으로는 균형 위에 군림하는 불균형을 열망한다.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정작 나는 그 평균치의 상단에 배치되길 갈구하는 모순.


나는 균형을 말하면서도,

결국 나에게 유리한 불균형을 선택해 왔다는 걸 알고 있다.


내 곁의 연인은 조각 같은 균형미를 갖추길 원하면서, 정작 나의 흐트러진 실루엣에는 관대한 식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오지만, 우리는 고독을 씹으며 불균형한 피라미드 정점을 향해 생을 던진다.


마치 나의 불균형한 노력이 불균형한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우주의 정당한 섭리인 양 말이다.


그나마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균형이 있다면, 태어난 모든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뿐일까.

온통 뒤틀린 마음과 불균형한 세상 속에서 허망하게 ‘균형’을 부르짖다 소멸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가.


동물의 균형은 약육강식이라는 생물학적 굶주림만 해소하면 그만이지만, 인간은 ‘불균형한 지성’을 타고난 탓에 이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재능과 노력, 부와 빈, 이성과 본능. 과연 세계는 불균형을 연료 삼아 균형이라는 신기루를 향해 굴러가는 거대한 톱니바퀴인가.


오늘도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 어스름한 노을 앞에서 나는 묻는다.


우리는 균형을 원하는가,

아니면 나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불균형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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