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환각

괴물이 되기 전의 마지막 눈물

by 간극

언젠가 겪어야 할 고통은

늘 처음인 척 위장하고 찾아오지만,

사실은 이미 익숙해진 절망의 얼굴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

내 안에서 수없이 시뮬레이션해 본

정해진 결말처럼.


사랑하던 날,

하늘이 그토록 찬란했던 이유를

나는 여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찰나의 광휘가

영원할지도 모른다는 오만한 착각을

온 생을 다해 믿었을 뿐이다.


고통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도착했다.

단잠에서 깨어나듯,

잔인할 만큼 선명한 감각으로..


같은 곳, 같은 하늘 아래 서 있어도

한 번 파열된 빛은 다시 복구되지 않는다.


차라리 악몽은 깨기라도 하지.

이놈의 현실은

멀쩡히 눈을 뜬 채로

악몽의 잔해 위를 걷게 만든다.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그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라 믿었다.


그러나 긴 터널을 지나와 마주한 진실은 달랐다.

무너진 건 사랑이 아니라,

영원을 담보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나의 가련한 오만이었다.


그럼에도 인간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가혹한 환각을 품고

조용히 그 심연으로 걸어 들어간다.


찢기고 너덜너덜해진 채로

“그래도 괜찮다”는 주문을 외워보지만,

가장 절박한 순간에

그 위로가

제일 먼저 비명처럼 부서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다시 믿는 쪽을 택한다.


아마도 그 환각이 없으면

우리의 삶은

단 한 걸음도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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