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비대칭의 세계관

비틀린 괴물의 비명

by 간극

나와 너는 분리되어 있다

완전히..


내가 보는 세계와 네가 마주하는 세계는

애초에 겹칠 수 없도록 어긋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네가 나와 같은 심연을 보길 원한다


내가 어둠에 잠기면

네 태양도 꺼져야 한다


그래야 맞으니까


하지만 내가 빛날 때는

네 안부 같은 건 떠오르지도 않는다


네가 어디에서 무너지든

내 빛과는 상관없다


나는 내 고점에 취해 있으면서도

가짜 어둠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말한다


나도 힘들다


같은 곳에 있는 것처럼


나의 고통은 너무 커서

눈물 없이는 버틸 수가 없다


그게 인간이니까…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안다


울지 않아도 버텨진다는 걸


그냥

울어야 맞는 것 같아서

우는 것뿐이라는 걸


너의 고통은 유별나다


아니

유별난 척한다


다들 하나씩 들고 있는 상처로

왜 너만 그렇게 크게 아픈 척을 하냐


나의 고통은

수술이 필요한 수준인데


너는

빨간약 한 번이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해놓고


문득 생각한다


혹시


내가 낫지 않는 건

상처가 커서가 아니라


내가 붙잡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도


나는 믿는다


내 고통은 깊고

너의 고통은 얕다고


그래야

버틸 수 있으니까


나는 도달하지 못했다

죽을 만큼 했는데도


그래서 나는 안다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다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던 거다


그런데 너는 도달했다고?


그건 네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 세계가 너를 선택한 거다


나는 계속 밀려났고

너는 계속 밀어 올려졌다


이상하게도

같은 우주인데


나한테는 정확하고

너한테는 관대하다


내 고통이 아무는 동안

수없이 꽃이 지고 피어야 한다면


너는

며칠이면 충분할 거라고


그래야

이게 공평해 보이니까


나는 꽃을 볼 자격이 있고


너는

낙엽 정도면 어울린다고


그렇게 믿어야


내가 부서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의심한다


세상이 틀린 건지

내가 틀린 건지


아니면


둘 다 아닌 척하고

버티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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