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는 말을 몰랐던 사람
어릴 적 동네에는
늘 웃고 다니던 형이 하나쯤은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괴롭혀도
조금 손해를 봐도
그 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었다.
못된 애들이 장난을 치고,
못살게 굴어도
인상 한 번 쓰지 않았다.
나라면 화를 냈을 텐데.
저기서 왜 참지?
어린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 형의 얼굴은
추억의 한켠으로 희미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과 부딪히는 순간마다
그 형의 기억이
자꾸 떠올랐다.
웃는 얼굴 뒤에
서로의 이득을 계산하는 눈빛,
말은 부드러운데
속은 늘 경계로 가득한 관계들 속에서.
아마 그때마다
내 뇌가 그 형을
공식처럼 불러내고 있었던 것 같다.
참 바보 같았다.
그런데 지독하게 착했다.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착하다’는 말조차
그 형에게는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착하다는 건 도대체 뭘까.
남들이 피해를 줘도 웃는 걸까.
손해를 계산하지 않는 걸까.
아닌 것 같다.
정말 착하다는 건
자기가 착하다는 인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
가까운 게 아닐까.
그 형은
선택하지 않았고,
비교하지 않았고,
증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지금에 와서는
그때보다 더 절실히 느낀다.
아마 진정한 착함이라 불릴 만큼의 존재라면
그 동네 형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주 어릴 때,
선이라는 말이 필요 없던 사람과
잠시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