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내 삶에 들이지 않는 법

미움보다 더 힘든 것은, 미워하는 나 자신이었다

by 간극

인간의 삶은

관계로 시작해 관계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와 잘 맞는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놀랄 만큼 부드러워지고,

반대로 나를 힘들게 하는 한 사람은

인생 전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으로 바꿔버리기도 한다.


관계가 가진 힘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관계는 스스로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움직이게 만들지만,

나쁜 관계는 자존감을 갉아먹고

세상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깊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없다.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이야기는

회사에서 모두가 불편해하던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늘 크고 작은 트러블의 중심에 있었다.

나와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결국 그를 피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문제를 만들지 않고 지내보려 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배려가 아니라

오만에 가까웠다.


자격지심, 피해의식,

극단적인 이기주의,

근무 중 사라지는 행동들.

직접 겪어보니

내 안의 분노가 하나씩 깨어나는 게 느껴졌다.


몇 달을 그렇게 버티다

결국 일이 터졌다.


탕비실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베지밀을 발견한 그가

돌이 갓 지난

내 딸에게 그걸 먹이라고 말한 순간이었다.


그때 확신했다.

이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우리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선이 있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는,

그 암묵적인 금기.


그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다만 그 한마디로

내가 쌓아온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허무해졌다.


그 이후로

나는 그를 볼 때마다

미움이 차오르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정말 힘들었던 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그를 마주할 때마다

내 안에 쌓여가던 증오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부처도, 현자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을 품는 사람이 되는 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를 미워하는 마음까지

내 삶의 주인이 되게 두지는 않겠다고.


마음의 주인은 각자다.

타인은 내가 아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때마다

내 마음의 주도권을

타인의 행동이나 상황에

넘겨주지 않는 것.


그것만은

내가 끝까지 지키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동네바보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