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의지를 선점할 때
"우리는 종종 공감의 옷을 입혀 동정을 건넨다."
삶은 관계로 시작해 관계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이 생겼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가족을 잃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다.
관계를 빼고 인간의 삶을 말하기는 어렵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수없이 울고 웃는다.
그리고 그 감정의 기저에는
언제나 동정과 공감이 함께 놓여 있다.
사전적으로 보면,
동정은 남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고
공감은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말만 놓고 보면 둘 다 인간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받는 입장에서는 놀라울 만큼 정확하다.
공감은 환영받고,
동정은 싸늘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행하는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게 흐려진다.
우리는 종종 공감의 옷을 입혀
동정을 건넨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오해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상대는 이미 그것을
동정으로 받아들였다는 신호다.
왜 이런 혼란이 생길까.
나는 그 이유가
타인이 힘든 상황에서
‘다시 일어날 의지’를
우리가 먼저 선점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힘들 때의 도움은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도움이
스스로 일어날 가능성을 빼앗는 순간,
그건 조용한 기만이 된다.
동정은 타인을 내려다보는 시선이고,
공감은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타인을 가엾게 여겨 베푸는 마음이 아니라,
타인의 의지를 존중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을 때,
공감이 동정으로 오해받는 일은
비로소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