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멈춘 자리에서 드러나는 것들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침묵만큼 많은 생각을 만들어내는 행위는 많지 않다.
침묵은 때로는 말 없는 동의가 되고,
때로는 부정의 부정이 되며,
때로는 진실을 가장 조용히 전달하는 방식이 된다.
인간의 침묵은 늘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어릴 때의 침묵은
판단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때의 망설임이었고,
청년기의 침묵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침묵이 성숙해질수록,
그것은 말이 아니라
행위와 태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때로는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분명한 태도가 진실에 가깝고,
진실을 외면하는 침묵보다
방향이 드러난 행동이 더 정직하다.
침묵은 비워진 자리가 아니다.
각자의 침묵은
자기만의 씨앗으로 자라나,
더 이상 침묵으로 남아 있지 않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의도적인 침묵이
감정을 계산한 선택이라면,
개화된 침묵은
의식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존재의 태도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한 번 더
내 침묵을 의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