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와 전화는 왜 더 이상 어른을 기다리지 않는가

관계를 기다리던 감각이 사라진 시대

by 간극

시대가 변할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거창한 가치가 아니라

몸에 밴 작은 습관들이다.


어릴 때 우리는 배웠다.

어른이 수저를 드시기 전엔 들지 말라고.

전화를 먼저 끊는 건 실례라고.


그 예절들은

규칙이라기보다

‘관계의 높낮이를 감각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수저도, 전화도

어른을 기다리지 않는다.


누가 틀렸다고도 하지 않고,

누가 맞았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느낌이 사라졌다.

예절의 온도가 희미해졌다.


우리가 늦게 배워 온 시간들은

이젠 설명되지 않는다.

빠름과 편리함이 모든 판단을 선점해 버렸기 때문이다.


배고프면 먼저 먹어도 되고,

바쁘면 먼저 전화를 끊어도 된다.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그 행동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왜 우리는 더 이상

관계의 온도를 살피지 않는가에 있다.


우리말에는

어른에게 ‘you’를 쓰지 않는 문화가 있다.

그건 단순한 존대가 아니라

‘상대의 위치를 감각한다’는 오래된 정서다.


수저와 전화가 기다리지 않는 시대가 왔다.

그 변화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되기 전에

적어도 한 번은 묻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온도를 느끼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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