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남기는 것

사랑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겨진 방향의 문제

by 간극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사랑하지만

끝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


우리는 언젠가

이별을 마주한다.


이별이 괴로운 이유를

우리는 보통 상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별에서 진짜 문제는

상실이 아니다.


방향이다.


사랑은 사람을 바꾼다.

삶의 리듬을 바꾸고,

시선의 방향을 바꾸고,

나를 바깥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별은 강력하다.

사람을 잃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유지되던 방향이

한순간에 끊기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시간의 감각마저 바꿔 놓는다.

그나 그녀를 기다리는 한 시간은

지루하거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니다.

기대감으로 가득 찬 시간이고,

그래서 체감상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사랑은 그렇게

시간을 압축한다.


반대로 이별은

시간을 늘린다.

단 1분이

1시간처럼 늘어지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고통에 몸부림친다.


같은 시간인데,

전혀 다른 밀도다.


그래서 이별 앞에서

존재가 흔들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바깥으로 향한다.

조금 손해를 봐도 웃을 수 있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

당연해진다.


그 방향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방향이

갑자기 사라질 때다.


이별은 조용히 말한다.

이제는 그 에너지를

다시 안쪽으로 돌려야 할 때라고.


바깥으로 흐르던 사랑의 방향이 끊겼을 때,

그 에너지는 갈 곳을 잃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혼란을

‘이별의 고통’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언가로 채우려 한다.

술로,

새로운 사람으로,

검증되지 않은 감정으로

비어버린 자리를 덮어 보려 한다.


하지만 그 자리는

덮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이별이 주선한

내 존재와의 강제적인 대면 자리다.


안쪽으로 돌린다는 건

거창한 다짐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미뤄 두었는지,

무엇이 나를 기쁘게 했는지를

다시 듣는 일이다.


우리는 그 신호를

고통이라는 감정에 가려

종종 오해한다.


이별은 그 어려운 일을

사랑의 단절이라는 방식으로

알려준다.


그 신호를 알아차린다면,

이별의 고통은

상실이 아니라

나를 채우는 시간으로 전환된다.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별을

이렇게 해부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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