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가렛

by 간극

늦은 나이에 담배를 배웠다.

아무도 권하지 않았다.

그저 인생의 고난이, 담배 쪽으로 나를 밀어낸 것 같았다


인생이 고되니

처음 피운 담배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담배의 쓴맛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나였다.


쓴맛은 익숙해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익숙함은 무자비하다.


고된 인생도,

쓰디쓴 담배도,

편안한 나날도

모두를 보편적인 상태로 끌어내린다.


우리는 ‘처음’이라는 순간에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닐까.

중요한 건 시작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과, 끝에 남는 감각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끝에 도달했을 때에야 성립한다.

시작하는 순간부터

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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