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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늘 거기 있었다.
우리는 다만, 밝은 척했을 뿐이다.
처음엔 아주 옅은 불안이었다.
미세한 흔들림.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
마치 바닥이 미세하게 기울어진 방에 서 있는 느낌.
자아는 그것을 무시했다.
“괜찮다”고 말했다.
괜찮다는 말이 많아질수록, 괜찮지 않았다.
불안은 신호였다.
존재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였다.
하지만 자아는 그 신호를 적으로 번역했다.
그때부터 균열이 시작됐다.
자아는 통제하려 했다.
더 계산하고, 더 준비하고, 더 견뎠다.
버티는 것이 곧 성숙이라 믿었다.
하지만 버팀은 점점 비어갔다.
밤이 깊어질수록 소음은 커졌다.
머리는 멈추지 않았고, 심장은 먼저 반응했다.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은 이성의 싸움이 아니었다.
불안은 더 이상 신호가 아니었다.
세계 그 자체가 적이 되었다.
문득, 모든 것이 위협처럼 보였다.
그 순간 자아는 직면했다.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을 견디지 못했다.
분열은 조용했다.
비명도, 폭발도 없었다.
그저 안쪽에서 무언가가 갈라졌다.
어떤 나는 살아야 한다고 말했고,
어떤 나는 차라리 사라지고 싶다고 속삭였다.
둘 다 진심이었다.
존재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침묵한 채, 흔들리지 않은 채.
하지만 자아는 더 이상 그 곁에 설 수 없었다.
그래서 자아는 선택했다.
항복이 아니라, 파괴를.
어떤 이는 자신을 향해 칼을 돌렸다.
자기혐오, 무기력, 소거의 욕망.
스스로를 지우는 것이 마지막 통제처럼 느껴졌다.
어떤 이는 타자를 향해 칼을 들었다.
분노, 경멸, 소거의 논리.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꼈다.
둘 다 같은 균열에서 태어났다.
존재를 마주하지 못한 자아의 최후 수단.
사람들은 그것을 병이라 불렀다.
증상이라 불렀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묻지 않았다.
이 균열이 왜 생겼는지.
무엇이 자아를 이렇게 몰아붙였는지.
왜 불안이 신호가 아닌 폭력이 되었는지.
약은 진동을 낮췄다.
하지만 균열은 남았다.
진통제는 고통을 가렸을 뿐,
붕괴의 이유를 지우지 못했다.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는다.
불안은 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가 보내는 마지막 문장이었다.
그 문장을 읽지 않은 대가는,
몸이 대신 지불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둠은 더 이상 외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내부의 구조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가장 깊은 어둠은
세상이 아니라,
자아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사형선고다.
그리고 존재는,
그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