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

2024.12.09 ~ 2024.12.15

by 휘슐랭

저번 주말 전라북도 군산으로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가족 여행으로 다녀왔던 곳이지만 재방문한 이유는 내변산 등산 때문이었다. 국내 100대 명산을 찾아 등산하고 주변 도시를 여행하는 나로서는 안성맞춤인 여행지였다.


약 3시간 30분을 달려 부안군 변산반도에 도착했다. 새하얀 눈에 뒤덮인 내변산은 황홀한 풍경을 자랑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은 더 멋질 거란 기대감을 안고 내변산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불안감이 엄습했다. 주차장 입구에는 형광점퍼를 입은 안내원이 길을 막고 있었고, 그 뒤로 보이는 주차장에는 단 한대의 차도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 전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입산이 통제되었습니다" 안내원은 나에게 비보를 전했다. 방금 전까지 황홀했던 풍경은 어느새 원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쉬움만 토로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맥 빠지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방향을 틀어 내변산에 위치한 내소사로 향했다. 내소사의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있자니 슬슬 아쉬움이 걷혀 가는듯했다. 다음은 채석강으로 향했다. 원래는 물때가 안 맞아 등산 후 잠시 들러 구경만 하려고 했던 곳인데, 등산을 못하게 되니 물때가 얼추 맞아 안쪽까지 관람이 가능했다. 시원한 바다와 절벽을 보고 있자니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던 순간이었다.


살면서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은 꽤나 빈번하게 찾아온다.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란 걸 알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어떤 부류는 "내가 노력을 너무 적게 한건 아닐까?"라며 자신의 노력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적당한 자기반성을 통한 자아성찰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불가항력까지 내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때로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어쩌겠어"라는 식의 조금은 무책임할 수도 있는 마음가짐이 내면의 평화를 불러온다. 하지만 넋 놓고 있기보다는 사고의 방향을 틀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불가항력의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불가항력의 상황을 피해 다른 방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했던 입산통제 상황을 예로 들자면 입산이 통제된 상황을 타파하고 등산을 하기 위한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여행지에 방문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이나 상황으로 인해 앞이 막힐 때, 부수는 방법 이외에 다른 길로 가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앞길을 막는 장애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장애물은 손쉽게 넘을 수 있는 장애물일 수도 있고 깨지지 않는 바위 같은 장애물일 수도 있다. 매번 손쉽게 넘을 수 있는 장애물만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렇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깨지지 않는 바위 같은 장애물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해도, 나는 조금 더 느슨한 마음으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 돌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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