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는 비난의 목적

2024.12.16 ~ 2024.12.22

by 휘슐랭

지난 주말 대통령 탄핵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광화문에 다녀왔다. 광화문 바로 앞에 내리는 버스에 올랐지만 시위 때문에 노선이 바뀌어 태극기 부대의 집회 장소인 시청역 부근에 하차했다. 내리자마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소리들이 귓가를 때리기 시작했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도중 젊은 남성이 연설대에 올랐다. 그리고 원색적인 비난을 시작했다.


비난의 대상은 유명한 인기가수들이었다. 탄핵 집회를 지원한 유명 가수에 대한 비난을 시작으로 어떤 외국인 아이돌은 불법체류자라며 비난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욕을 쏟아냈다. 어디서 저런 수준 낮은말을 내뱉는 사람을 찾아 연사로 올렸는지 의아했지만, 거기에 동조하는 시위대들을 보니 안타깝지만 어느 정도 납득은 됐다.


찬반을 떠나 탄핵 관련한 시위에서 누군가에 대한 이유 없는 비난을 꼭 해야 했을까?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누군가에 대한 비난, 특히 아무런 이유 없는 비난이 부도덕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시위현장에서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던 걸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보통 한 가지 이상의 그룹에 속해있다. 일상에는 가족, 친구, 동료, 동호회 등 여러 종류의 그룹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룹을 구성하는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그룹은 같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구성되는데 예를 들어 동호회는 취미가 같은 사람들, 정당은 정치적 뜻이 같은 사람들, 친구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그룹 안에서도 모두가 한 몸처럼 디테일한 부분까지 동의하며 공감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룹을 구성하는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개인이 가진 의견은 다양해진다. 결국 그룹을 유지시켜 줄 어떠한 강력한 매개체가 있지 않는 이상 그룹이 가진 결속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속력을 강화시켜 줄 강력한 매개체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수의 친구들이 모인 모임에서는 곗돈이나 회비를 걷어 우정의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각양각색의 구성원을 가지고 있는 그룹에서 실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법이다.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에 대한 비난이다. '쟤는 우리랑 달라' 혹은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등의 비난과 여론몰이로 대상자를 제외한 구성원을 더욱 단단히 결속시킨다. 대상자는 그룹 내 인물일 수도, 그룹 밖의 인물일 수도 있다. 그룹 내 사람이 대상자인 경우 소위말하는 왕따, 따돌림과 다를 게 없다. 한 명을 강제적으로 희생시킴으로써 나머지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비난과 여론몰이를 통한 결속력 강화는 두 가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차별이다. 비난의 대상자를 우리와 다른 생각과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저 사람은 우리랑 달라.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라는 식의 생각을 유도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다수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본능에 따라 동조하게 된다. 두 번째는 본보기다. 여론몰이의 대상자를 향한 비난을 통해 공포심을 주입한다. '누군가 또 이견을 내놓는다면 이렇게 될 거야'라는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동조를 강요하고 결속력을 다진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잘못된 방식의 결속력 강화지만, 이런 행태가 시위 현장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만연한 게 현실이다. 서로 다름이 있으면 인정하고 자유로운 의견과 행동을 함에 있어서 장애물이 있으면 안 될 일인데, 이런 식의 비난은 개인의 자유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셈이다. 우리는 이를 인지하고 이견을 내는데 거리낌이 없어야 하며, 누군가에게 이유 없는 비난의 잣대를 들이밀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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