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나비 되어

by 김인주

별이 나비 되어

김인주


하나의 별이
금강산 동쪽 마을 북풍한설 차가운 1월의
유리벽을 깨고 떠밀려
잠시 한 계절 꽃만 보러 나왔는데
돌아 갈 길을 잃고 막혀 따뜻한
동백 섬나라에
잠시 머물다 남쪽의 별이 되어

자갈길 황토길 산길 마을길을 지질러 걸어
강 건너 언덕 미루나무를 등지고
떨어지는 석양속에 매일 나타나

하루 육신의 고단함을 던져 버리고
강변 부싯돌을 주으며 기다리는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
얻어 온 사랑과 사랑을 오늘도 먹이셨다

강 건너 미루나무는 이미 쓰러져
떠내려 갔고
아이들도 흩어진 추억을 꺼내려 애쓰고
별은 또 다른 세상의 둥지에서
태워도 꺼지지 않은 영혼의 노동을 한다

어느날 별은 떨어져 나비를 출산하고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2025년 3월 12일
영혼의 나비 첫 날개짓 하셨다

수없이 건너던 신동강 나룻배 머물던 뱃터
샘이 있는 밭 천전
하늘 구름 무지개 있는 곳 지내리 연못 뚝방
허기를 한 바가지 물로 채우던 곳들을
한바퀴 상승과 하강의 큰 선회를 하고

나비 한마리 어느새 금강산을 훌쩍 넘는다
지금은 갈 수 없는 곳 강원도 북쪽 바닷가 마을 통천에 이른다

분홍빛 보라빛 대지의 꽃길이 반겨주는
북쪽 아직 어미의 어미의 젖 냄새가
베어 있는 고향땅
환희의 날개짓에 진달래 철쭉꽃도 맞이하니

한없는 영면의 행복한 눈물을 쏟아 내린다
엉켜진 통한의 이념 실타래를 풀어 내신다

(끝)


(추모의 글입니다.
1932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 나신 어머니 김덕자님은 1951년 1.4 후퇴 때 흥남철수로 거제도에 잠시 머물다 춘천에 사셨다. 2025년 3월 12일 서울에서 영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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