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시간을 다시 세는 날
산속에 눈이 내리면
모든 것들이 같은 색이 된다.
길도, 나무도, 지붕도
눈 아래에서 전부 하얗게 잠들어 있다.
그렇게 겨울이 왔고 1월 1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 날을 새해의 시작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에게 1월 1일은
작년에 해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도 같았다.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
이루지 못한 목표들,
미뤄두었던 선택들,
그냥 흘려보냈던 서투른 시간들.
새해가 왔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1월 1일이 되면 다짐을 하지만
나는 계속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작년의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디까지 왔는지 설명할 수 없었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을 뿐이다.
그 시간들은 결과로 남지 않았기에
쉽게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25년을 보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시간들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눈 아래에 묻혀 보이지 않을 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시간,
지금은 말이 없지만 계속 나를 거쳐가고 있었던 시간.
산속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눈이 쌓여도 그 나무는 급하게 자라지 않고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남아 계절을 견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나무는 분명 시간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1월 1일에 더 이상
지나간 시간들을 억지로 정리하려 하지 않기로 했다.
굳이 새로운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해 본다.
2026년 1월 1일, 오늘은 끝나지 않은 시간을
다시 세어보는 날이면 충분하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것은 아니고,
결과가 없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눈 아래에 묻혀 있던 것들처럼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나를 지나온 시간들은 분명히 남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개를 천천히 들어
행복하게 웃고 있는 나를 마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