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없이 사는 법은 아직 없다

초조함을 고치지 않기로 한 날들

by 수잔

불안은 늘 나와 함께 지낸다.

무언가의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은 점점 커져 내 팔을 꽉 붙들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 속에서
오히려 생각은 가장 분주해졌다.

최근 은행 면접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랬다.

합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괜히 휴대폰을 자주 확인하고

SNS를 비활성화하며

의미 없는 상상을 반복했다.
아직 오지 않은 결과를 미리 견디려는 것처럼
나를 앞서서 몰아붙였다.

불안은 생각보다 조용하지 않았다.
가끔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생각까지 데려왔다.
지금 이 선택이 맞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혹시 내가 너무 뒤처진 건 아닌지.


그렇게 불안에 떨며 시간을 보내다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야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붙잡고 있던 불안이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걸.

불안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도 않았고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상한다고 해서
불합격이 준 상처가 줄어들지도 않았다.

불안에 떨면서 살았던 그 시간은
결과 앞에서 아무런 의미를 남기지 않았다.


그제야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불안은 미래를 준비하게 해주는 감정이 아니라
그저 내가 멈춰 서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고.


예전의 나는 불안을 고치려고 했다.
계획을 더 세우고 다짐을 더 단단히 하고
괜찮아질 때까지 나 자신을 계속 설득하려 했다.

그렇게까지 애썼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더 잘하고 싶었고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은행 면접에 대해서는
합격할 거라고 꽤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불안은 두려움이라기보다
기대의 다른 얼굴에 가까웠다.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같이 커져버렸다.

불안은 못 해낼 것 같아서 생긴 감정이 아니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집요해졌다.


그래서 태도를 바꿨다.

불안을 없애려는 대신 불안을 인정하기로 했다.

불안해도 밥은 먹고 불안해도 하루는 끝난다.

불안한 상태로 커피를 마시고 불안한 상태로 글을 쓰고
불안한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

불안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
불안을 데리고도 삶을 계속 굴려보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살아보니 불안은 여전히 있었지만
나를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대신 자리를 바꿨다.
내 앞을 가로막는 대신
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쪽으로.


불안 없이 사는 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불안에 떨면서
모든 시간을 써버릴 필요도 없다는 건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불안은 없애야 할 결함이 아니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그 상태로도 하루를 잘 마쳤다.




수선화 도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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