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어색한 3월, 치열한 4월이 지나고
나는 어느덧 5월 끝자락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했다.
뭐 이리 생각과 고민이 많은지...
머릿속이 복잡하고 답답하다.
3개월 가까이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읽으면서
생각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워 미칠 것 같다.
요즘 드는 생각은 대체로 이렇다.
'좀 더 빨리 대학원에 들어가면 좋았을 텐데.'
'왜 나만 뒤처지고 있는 불길한 느낌이 들지?'
'졸업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졸업한 후에 난 뭐지?'
'대학원 생활에만 몰두하면 과연 남는 게 있까.'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원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일찍이 진로를 결정하고 학계에 남아 연구실적을 쌓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생각해 보면 학부시절의 나는 그저 학점만을 바라보며 공부 밖에 안 했다.
그렇다고 학점이 놀라울 정도로 높지 않다.
동아리도 최소 1년 정도 하다가 탈퇴했고
학회는 일절 생각도 안 해봤다.
범생이였던 나만 보다가 대학원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보니
끊임없이 좌절하고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내가 답답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스스로가 안쓰럽다.
나날이 연구 발표 실력이 늘고 있는 동기들,
학부 시절부터 꾸준히 연구생으로 살아온 동기들,
4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다 교수가 되고자 대학원에 들어온 동기들.
그중에 나는 없다.
어색했던 논문 발표를 시작으로
긴장 속에 보냈던 지도 교수님 컨텍메일,
처음 해보는 연구 계획 세우기까지.
무가 한 일은 참 많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그에 걸맞은 결과를 기대할 자격이 있을까.
수업에서 교수님의 피드백이라는 이름의 날 선 말들에
우울감이 깊어지기 시작했고
작고 소중한 자존감은 10주차를 지나며 바닥을 쳤다.
매주 지도 교수님께서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지만
정작 나는 스스로를 향한 비관은 좀처럼 멈추질 않아 괴롭기만 하다.
나는 스스로를 그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사람'으로 밖에 보지 않기 시작했다.
내가 보는 나는
열심히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있는 대학원생도,
교수를 목표로 박사과정 준비를 병행하고 있는 대학원생도 아니었다.
11주차에 접어들어 들기 시작한 생각은
차라리 누군가 내 인생을 설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주에는 교수님께서 기말 발표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 주셨고
지도 교수님과의 연구에 대한 면담이 있었다.
분명히 순조로운 대학원에서의 생활이었는데
왜 이렇게 속은 답답할까.
왜 이렇게 우울이 깊어지고 있을까.
11주차에 접어들며 대학원이 나에게 준 인상은 이렇다.
11주차의 대학원이 내게 남긴 인상은 분명하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 것.’
‘모든 이가 경쟁자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 탓인지 나는 자꾸만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 생각은 어느새
대학생 시절의 나를 향한 후회로,
현재의 나를 향한 비난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이제 뭘 해야 할까?'가 아닌
'이제 뭘 더 해볼까?'를 떠올려야 하는데
5월의 끝자락에서 그 질문조차 쉽게 떠올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생각보다 그게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