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으로 살기 : 12주차

연구란 뫼비우스의 띠

by 수잔


이번 주는 기말발표를 위한 연구의 연속이었다.

개인연구와 동시에 수업 과제인 기말발표 준비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바쁜 일상의 단점은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이고

장점은 '쉴 시간이 없어서 잡생각 할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랑 영화 보면서 사색에 잠기고 싶고

그림을 그리면서 정신을 맑게 하는 시간을 갖고 싶지만

오히려 바쁜 생활이 대문자 N인 나에게 최적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사람인지라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은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나쁜 생각도 끊임없이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쁜 시간을 연구로 꽉꽉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난 '대학원생'이니까.


대학원에 들어온 지 12주차가 된 오늘

연구로 인해 골치 아팠던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






대학원생에게 연구란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착실하게 연구 주제를 정하고 방법을 정한 후

곧 끝날 연구 발표 준비를 기대하며

연구 단계를 하나씩 밟아간다.

'이쯤이면 완성했다고 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

나는 갑자기 몰려오는 불안함에 뒤를 돌아본다.

이 불안함은 이유가 있는 불안함이었다.

뒤를 돌아본 순간, 나는 연구의 1단계에 서있는 나를 발견해 버린다.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 시작이다.

분명히 한 길만 파면서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계속 오류가 발견되고

내가 세운 가설들은 '유의미'하지 않은 걸까.


답답함의 연속으로 승모근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숨이 막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괴로워질 때

나는 충동적으로 헬스장으로 향한다.


이것이 12주차의 루틴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숨이 막힌다.

왜냐하면 방금까지도 연구 발표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지

꿈에서도 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온통 기말 발표로 가득했기 때문일까.

꿈에서라도 결과가 깨끗하게 나오길 바랐지만

꿈에서도 계속 오류가 발견되고 있었다.


'진짜 내 삶의 질... 이대로 괜찮나?'


그래도 정신없이 코드를 돌리며 잡생각이 안 나는 건 정말 좋다.

인간관계 속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들이 문득 떠오를 때면

연구 결과 속에서 수많은 오류들이 나를 붙잡아 주고 있다.

좋다는 뜻이다.


mbti 대문자 N(실제로 n이 70% 정도 나온다.)인 사람으로서

바쁜 시간이 감사하기도 하다.


물론 연구 발표 준비 기간에 대학생들처럼

노트북보다는 벽을 쳐다보는 게 즐거울 때도 있다.




다음 주에는 교수님 면담이 있기 때문에

개인 연구도 마저 해야 하고

다다음주에 연속 2 변의 기말 발표도 있어서

오늘도 난 여전히 시간에 쫓기고 있다.


당이 충분한데도 달달한 디저트가 먹고 싶고

맥주 한 캔이라도 마시면서 기분 좋게 ppt 자료를 만들고 싶다.

뫼비우스의 띠로 인해 답답하고 지치는 상황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연구로 인해 의자와 한 몸이 되어 있는 대학원생분들에게

같이 힘내자는 응원 한마디를 건네며

12주차를 마무리하겠다.







수선화 도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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