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눈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 "나 오늘 내려갈게"라는 말 한마디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손 끝에 닿자마자 바로 녹아버리는 작은 결정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나의 마음속에서는 작은 울림을 보낸다.
수업시간이 온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종처럼,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울림인가.
흰 기척이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질 때면,
세상은 잠시동안 멈추고, 모든 소음이 눅눅한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의 나는 오랜 기억을 다시 열어주는 문 앞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첫눈이 내리던 그날,
우리는 학교 앞 1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 앞 벤치에서 나란히 앉아 있었다.
눈이 내리면 바닥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처럼
말은 많지 않았지만,
눈송이가 서로의 어깨를 적실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온기가 피어올랐다. 마치 눈 자체가 작은 도장처럼 우리의 마음에 흔적을 찍어두는 것만 같았다.
나중에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정확한 날짜는 잊어도 그날의 공기와 온도, 그리고 당신의 미묘한 표정만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 눈은 오래 남아있지 않는다.
길면 3개월 짧으면 1달 안에도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햇빛이 조금만 강해져도, 사람들의 발자국이 조금만 더 많아져도, 눈은 금방 흐물흐물 해지며 녹는다.
마치 내가 밤이 되면 픽픽 쓰러지는 것처럼,
눈도 햇빛이 강해지면 천천히 쓰러진다.
마치 붙잡을 수 없는 누군가처럼,
닿기도 전에 빠르게 녹아버리지
천천히 녹아버리고, 우리들의 작고, 쓸쓸한 미련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우리는 더 아쉬워한다.
"조금만 더 오래 내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