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관리과

불행이 숫자가 된 세상

by 민호

사람들의 불행은 숫자가 될 때 가장 조용해진다. 그리고 그 불행을 숫자로 만드는 일이 바로 내가 할 일이다. 나는 시청에서 일하는 불행관리과 공무원이다. 오늘도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내 자리에서 컴퓨터를 켜자 배경에는 한 문장이 항상 뜬다.

‘금일 예상 불행 지수 : 보통’

오늘은 평범한 하루겠구나, 하면서 일을 시작한다. 오늘은 어제의 있었던 불행들을 정리해야 한다. 첫 번째 불행은 어느 한 가정에 가장이 비극적인 일을 당한 사건이었다. 첫 불행부터 쉽지 않았다.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일어나는 일인데, 그 가끔이 오늘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어찌저찌 정리하고 바로 다음 불행으로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풋풋했던 사랑이 갈라진 일이었다. 이 불행도 크긴 했지만, 전과는 비교조차도 못하는 불행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사라지거나,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거나, 관계가 깨지는 듯 많은 불행들을 지나 바로 다음 업무를 받았다.

그 업무는 이번에 올 사람들의 불행을 접수하는 일이었다. 이 업무는 불행을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정리하는 일은 문서를 컴퓨터에 입력만 하면 되지만, 이 일은 직접 불행을 내 귀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불행 접수받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수많은 사람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첫 사람부터 너무 불행해 보였다.
이 사람은 불행을 접수하려 오긴 했지만 입으로 말하기엔 너무 무거웠는지 10초 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나를 쳐다만 보았다.

“틱 톡 틱 톡”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날 정도로 조용했다. 그 순간 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불행… 접수하려고요…”

“네 여기 앞에 종이에 적어서 저 주세요”

그는 종이를 받고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스윽 스으윽”

연필 소리가 나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뚝 멈쳤다.
나는 다 쓰셨다고 생각해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반도 안 썼고, 불행을 쓰는 칸에서 멈춰있었다.

그 순간 종이 위로 "또륵"하면서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그 물을 보자 그를 쳐다봤다.
그는 불행을 쓰기 전부터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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