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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vo Dec 30. 2024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엄마 없으면? 인생은 쓴맛이지!

엄마가 없는 삶의 가장 큰 단점은.. 아마도 조건 없는 사랑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 아닐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만 하는 무조건적이고 안전한 사랑을 경험할 기회가 애초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운이 좋다면 성인이 되어 자식이나 배우자를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조부모님을 통해 그 사랑을 알 수도 있겠지. 과연 채워질까? 나는 아직 과정 중이라 잘 모르겠다.. 아니면 자족을 해야 하는가?


시작부터 크게 뚫린 구멍은 막아도 쉬이 작아지질 않는다. 구멍을 줄이고 따뜻한 곳에 몸을 뉘어도 스미는 찬바람을 막을 길이 없는 날이 많았다. 오죽하면 그런 날은 나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만 어울리고 싶었다.


사랑을 받아보고 또 그런 사랑을 주는 방법까지 오롯이 혼자 터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식은 허가 낸 도둑놈이란다. 부모가 있으면 뻔뻔하게, 수시로 그 도둑질을 할 수 있는데 부모가 없으면 누구나 해도 되는 그 합법화된 도둑질을 해볼 수가 없다. 누가 잘해주면 그걸 꼭 똑같이 갚아야 할 것 같고, 어떤 목적으로 내게 잘해주는지 습관처럼 계산하게 된다.



살다가 눈물 쏙 빠지게 힘든 날, 너무 서럽고 억울한 날은 숨어서 울 곳을 찾는다. 너덜너덜 다 닳아진 모습으로 찾아가서 따뜻한 밥 한 끼 먹으면 몸도 마음도 일어나지는 곳. 엄마가 계신 곳이 엄마이고, 그곳이 곧 나를 안전하게 먹이고 입히는 곳이다. 어려서는 몸이, 다 커서는 마음이 생존하는 곳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갑갑한 옷을 다 벗어던지고 큰 숨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엄마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아무런 빚진 마음이 없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엄마가 없으면 그렇게 큰 숨을 쉴 곳이 없다.



또한 엄마는 나의 미래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이것저것 준비해 주며 애를 써준다. 대학, 결혼, 직장, 육아, 시집살이, 유전질병, 내 집 장만, 사업, 노후 등등 모든 것을 먼저 고민하고 도움을 준다. 엄마가 없으면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며 내가 나를 돌봐야만 한다. 일찍부터 눈치를 배우고 철이 들 수밖에 없다.



임신, 출산, 육아는 기본적으로 혼자 감당해야 하며 난이도 최상인 산후조리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남편과 싸우고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칠 곳이 없어서 혼자 학교 운동장을 돌며 화를 삭여야 한다. 사업이 망해도 도움 받을 곳이 없고 갱년기의 고통도 알아줄 이가 없다. 홀로 유전병이라도 걸린다면 서럽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나이가 들 수록 갈증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놈의 거! 얼굴도 모르고 어려서도 그리운 적 없던 엄마가 나이 들수록 왜 이리 그립다는 말인가?


그래, 조건 없는 사랑이야 조부모님, 배우자를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 나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고 해주는 딸들을 통해서도 사랑을 경험한다.



한겨울 찬바람이 스치던 구멍은 분명히 작아진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여자로서 지나야 하는 어떤 계절에는 반드시 엄마가 있어야만 했다. 결혼식, 첫아이를 낳던 날, 둘째 돌잔치를 하던 날, 폐경이 온 날.. 등등.



내가 어떤 모습으로 늙어갈지 정말 궁금한데, 노년의 얼굴을 상상해 보기도 어렵다.  세월에 늙어가는 엄마를 보며 나도 저런 모습으로 늙어가겠구나 짐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의 가장 예뻤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모와 중년의 딸, 그렇게 똑 닮은 모녀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이유다.



나는 거꾸로 늙어가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엄마도 40대에 내 얼굴처럼 생겼을까? 주름은 몇 개나 있었을까?’



엄마, 엄마는 어떤 딸이었어요?

엄마, 꿈은 뭐였어요? 공부는 잘했어요?

엄마, 나 낳을 때 진통은 얼마나 했어요?

엄마, 할머니 시집살이 어땠어요?

엄마, 자식이 속 썩이면 어떻게 해요?

엄마,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해요?

엄마는 나랑 뭘 제일 하고 싶었어요?

엄마, 핏덩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은 어땠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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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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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를 키우는 한 지인이 오래전에 내게 말했다.

“엄마가 있는 장애아이보다 엄마가 없는 비장애아이들이 더 불쌍한 것 같아요.”



나도 남편이 있고, 시부모님이 계시고, 자식이 있다.

그런데도-어떤 날은 집착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늘 마음이 허전한 한 부분이 채워지질 않는다. 평생 그 무엇으로도 그 남은 한 조각의 퍼즐을 채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종교에서는 부모의 사랑도 신의 사랑보다는 완벽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신에게서 완전하고 조건 없는 사랑을 경험하고 언젠가는 헛헛한 마음이 온전히 채워질 수 있을까?



나는 엄마가 없어서 ‘결핍’이라는 단어를 온전히 배울 수 있었다. 인생에는 때로 무언가 내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결핍 없는 인생이 있을까?


이것이 내가 엄마 없이 살아오면서 먹어본 인생의 쓴맛이다. 그런데 몸에 좋은 음식은 쓰고, 몸에 안 좋은 것은 달다고 한다.



“고마해라, 쓴맛 많이 묵었다 아이가!!”


Bravo my life!

Brave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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