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구름(cloudy)
천안 S대학병원에 11일 간 입원해 있으면서 힘들었던 건 깊은 수면을 청하지 못한거 였다.
퇴원 후 집에 와서는 잠을 실컷 자고 싶어 알람을 맞춰 놓지 않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싶었으나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아침 8시가 되어 이불 밖으로 나왔다. 나름 내 기준에선 늦잠을 잔 거였다.
그 당시 내가 살고 있는 수원집은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로 내부 올 수리를 하여 전신거울이 있었다.
퇴원 후 집에서 혼자 상처 소독하는 법을 배웠고 처음으로 유방암 수술 부위를 제대로 보는 날이었다.
아직도 붓기가 빠지지 않아 퉁퉁 부어 있는 오른쪽 가슴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는데 병원에는 의료진이나 환자 등 보는 눈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음을 다잡고 상처를 감싸고 있는 밴드를 하나 둘 띄었다.
밴드를 다 뗀 후 거울 속에 비친 실리콘이 들어간 오른쪽 유방을 보았는데 전혀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은 상처 소독에 집중해야 해!” 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서 그랬던 거 같다.
약간의 긴장과 함께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 방수밴드를 붙여주었다.
이 시기에는 수술한 가슴이 예쁜지, 크기는 반대편 가슴과 같은지 같은 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아프지 않다는 것에 감사하며 수술한 부위가 잘 아물기를 바랄 뿐이었다.
난 오른손잡이인데 수술한 가슴은 오른쪽으로, 연결 되어 있는 오른팔을 많이 쓰지 말라고 하여 일상 속에서 왼손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물 컵을 잡을 때도 접시를 잡을 때도 반찬통 뚜껑을 닫을 때도 그리고 휴대폰을 할 때도
그리고 아직은 수술한 부위가 아파 팔을 높이 들지 못하여 가끔 쓰는 물건들은 까치발을 해서 꺼내야 하는 높이에 있었던 물건의 위치를 눈높이 아래로 내려 놓았다.
수술 후 후유증으로 잠자다 손이 저려 2~3번씩 깬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니 낮 시간 동안 지압을 해주면 도움이 될 거라 하였다.
집에 짱 박아둔 보건소에서 준 손 지압기로 손바닥 마사지를 틈틈이 해주었다.
자세히 보니 담배 욕구를 사라지게 해주는 금연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 거였네
수술 후 제일 큰 변화는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거였다.
점심 먹고 나면 물 먹은 솜 마냥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침대로 가서 누웠다.
30분에서 많으면 1시간 정도 가끔은 달콤한 낮잠을 자기도 하였지만 그냥 멀뚱멀뚱 누워만 있을 때가 많았다.
방전된 체력을 끌어 올린 후에는 집 앞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잘 조성되어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하러 나갔다.
처음엔 30분만 걷고 와도 피곤했는데 점차 늘려 1시간을 돌고 왔다.
어릴 때 강아지에 물린 기억으로 강아지를 만지는 건 무서워 하여 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에서 강아지들을 보는 재미에 산책을 나가곤 했다.
평일과 달리 주말이면 ‘사람 반 동물 반’ 할 정도로 반려견들이 많았다.
차가 생기고 나서는 잘 안 걷게 된다며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이렇게 아프고 나니 그 동안 안 했던 운동을 몰아서 한다.
평소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했는데 아프고 나니 추위에 더 약해졌다.
이때가 3월 말인데 전기장판을 틀고 내복을 사서 입고 있었다.
4월 초, 곧 있으면 벚꽃 축제 시즌이다.
봄이면 벚꽃구경을 일부러 찾아갔는데 올해는 집 앞 공원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내가 벚꽃을 보러 아무데도 안 간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걱정이 되었는지 집 앞 공원에도 예쁜 꽃들이 많다며 사진 좀 찍어서 엄마에게 보내봐~ 라고 하셨다.
매일 집과 공원만 오가다 5일 만에 카페에 갔다.
노트북을 들고 그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병실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휴대폰에 적어 놓은 것들을 글로 풀기 위함이었다.
따뜻한 카페라떼를 몇 모금 홀짝인 후 글을 쓴 지 30분 정도 되었을 때 수술한 오른쪽 부위에 뻐근함이 몰려왔다.
테이블 높이가 노트북을 하기에는 낮은 편이어서 그런가 하며 노트북을 잠시 중단한 채 남은 라떼를 마시고 다시 타자를 쳐 보았는데 안 되겠다 싶었다.
이러다 큰일이 날 거 같아 황급히 노트북 전원을 끄고 카페에서는 1시간을 채 있지 못한 채 나와 버렸다.
집에 가자마자 누워서 오른팔을 쭉 피고 쉬어주니 괜찮아졌다.
아직은 노트북도 무리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