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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정보를 찾아서

기분: 해(sunny)

by 아로미

천안 S대학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난 후 휴대폰을 열어 ‘유.방.암’ 이라고 검색해 보았다.

병원 홈페이지 광고가 가장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고 스크롤을 내리니 유방암 자가 진단법 그리고 항암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미 유방암 진단을 받았기에 자가진단법은 내게 불필요한 정보니 보지 않았고 아직 수술도 안 했는데 항암 여부는 알 수 없으니 대충 흘려 보기만 했다.


솔직히 말하면 유방암 수술 전에는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았다.



유방암 정보를 얻는 통로는 다양한데 Y인터넷서점을 들어가 유방암 관련 도서가 무엇이 있는지 쭉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들어가니 포인트가 3,000점이나 잠자고 있었다.


본인의 투병 이야기를 쓴 책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전문의가 쓴 책, 그리고 아내가 유방암 환자이고 남편의 입장에서 쓴 책도 이색적이었다.


책을 둘러볼수록 다 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우선 장바구니에 넣어 놓고 며칠 고민해 보기로 했다.


초기 암환자라면 몸에 좋다는 거는 일단 사고 보는 충동구매가 느는데 나도 그런 시기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책을 꼭 살 거야! 에서 사야 되나? 로 바뀌었다.

책을 빌려보는 것으로 하고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좀 실망스러웠다.


유방암 환자의 경험담이 담긴 수기 책은 몇 년 전에 발간 된 책이어도 정보를 얻는데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에세이 이니까


하지만 유방암 치료의 경우 교수가 집필한 책은 최신본 일수록 좋다.


그런데 이 도서관에는 5년 전 책이 가장 최근이었다.


요즘 유방암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도서관에서 유방암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을 쉽게 포기하고 인터넷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유방암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출혈도 있었고 피가 잘 멎지 않아 수술한 오른쪽은 사용하지 말라는 교수님의 말을 따랐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팔 운동을 하는 재활이 늦었고 어떤 운동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와 병원에서 알려 주지 않는 수술 후 후유증에 대해 알고 싶었다.


즉, 유방암 수술을 먼저 한 선배들의 후기가 보고 싶었고 N카페의 ‘유방암 이야기’ 에 가입했다. 줄여서 ‘유이’ 카페라고 말한다.


카페가입 절차는 간단했다.


<나이, 암진단을 받은 병원이름, 암 진단일> 3가지만 기입하면 운영진이 승인해 주는 시스템이었고 다음 날 오후, 카페 가입이 승인 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이곳에 있는 모든 정보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읽어야지!” 라는 욕심으로 닥치는 대로 읽다 보니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왜냐하면 유방암 진단 받고 나서 카페에 바로 가입하는 편인데 나는 수술 후에 가입했으니 꽤 늦은 편이었고 재활도 늦어지고 있어 조바심이 났다.


카페에는 대부분 수술 전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한 사람들이 많았고 아니면 나처럼 수술 직후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수술 전,후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정보공유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수술 후 6개월이 지나가면서는 카페에 방문하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수술 전부터 고민했던 암 환자의 사회 복귀에 관심이 있던 나는 조금 먼 미래에 대한 후기들도 찾아보았다.


카페도 그렇고 그 어디에도 유방암 발병 2년 후 어떻게 살아 가는지는 극소수 알려져 있다.

본인의 아픔인 유방암으로 책을 낸 것을 시작으로 ‘작가’ 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는 사람

유방암 환자들을 돕는데 힘을 보태어 NGO기관에서 일하는 사람

병원의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치유를 위해 산속으로 들어 간 사람

그리고 유방암이 재발 또는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순식간에 4기인 말기로 판정받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삶의 길을 잃은 사람


카페에 써 있는 문구가 오늘따라 눈에 더 크게 들어왔다.


‘내일의 당신은 더 잘 해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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