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해(sunny)
어젯밤, 잠을 거의 못 잤다.
평범했던 어제였는데 병원 가기 전 징크스 같은 건가?
설상가상 감기가 올랑 말랑 하는 지 병원에서 받았던 체온계가 36.2도를 가리키고 손이 차다.
아직 수술 후 퇴원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아 운전은 못하기에 병원까지 대중교통으로 갔다.
3월 말인데 코트에 목도리를 둘러 따뜻하게 입고 갔는데도 계속 추웠다.
성균관대역 지하철은 기다리는 플랫폼이 실내가 아닌 모든 바람을 다 맞는 외부에 있어 최후에는 묶었던 머리를 풀러 체온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더구나 너무 빨리 서둘러 와서 지하철을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행운이라면 지하철에 탑승 후, 한 자리가 났는데 내가 차지하여 천안 S대학병원에 도착 할 때 까지 편안하게 앉아서 갔다.
천안에 살고 있는 엄마와 만나 유방외과 진료실에 들어갔다.
오늘은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날로 교수님께서는 나는 <내강형B타입> 으로 한국여성들에게 많은 유형의 유방암이며 예후가 좋다는 말씀으로 시작하셨다.
유방암은 4가지 타입이 있고 그에 따라 치료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다른 유형의 치료법도 말씀해 주셨고
나의 경우에는 여성호르몬이 많아서 생기는 ‘호르몬성 유방암’ 으로 <항암치료 4번, 여성호르몬 억제약 5년 복용, 난소억제주사 2년> 이 필요하였다.
사실 교수님께서 설명해 주시면서 나는 눈을 잘 못 마주쳤다.
엄마와 상의하여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마음을 먹었는데 교수님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셨고
심지어 항암치료 스케줄 까지 쫙 말씀해주시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교수님의 설명이 끝나자 엄마가 말문을 열었다.
“항암 치료는 안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항암을 하지 않는 이유를 여쭤보지 않았고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다음달 4월 초 진료 시, 항암 여부를 결정하자고 하였고 오후에 있을 성형외과 치료를 잘 받으라는 말과 함께 엄마와 나를 돌려보냈다.
그렇게 유방외과 진료실을 빠져나온 후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시
엄마가 점심을 먹자고 하는 걸 한사코 거절 후 다음에 먹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병원 근처 맛있다는 식당으로 갔다.
입소문이 난 곳이어서 그런지 그리고 딱 점심시간에 걸려서 가득 찬 사람들 틈에 끼어서 먹었다.
나는 초밥이 먹고 싶었는데 엄마의 “날 음식 안 좋잖아” 라는 한 마디에 오무라이스를 시켰고 엄마는 따뜻한 우동을 주문하였다.
난 초밥이 먹고 싶었다고.. 결국 며칠 후 마트에 가서 연어 한 팩을 사와 그 자리에서 다 해치웠다.
엄마를 보내고 오후 성형외과 진료를 보려면 3시간이나 남았다.
2~3일 전에 전화해서 진료시간을 앞당길 수도 있었지만 카페에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책도 읽으며 여유를 좀 부리고 싶어 바꾸지 않았었다.
그런데 컨디션이 안 좋다보니 빨리 진료를 보고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1시 30분부터 오후진료가 시작되는데 그 때 와서 기다리다 비는 타이밍에 진료를 보게 해주시겠다고 하여 시간에 맞춰 갔다.
30분쯤 기다리니 성형외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환자분 진료시간이 지금이 아니신데...”
“아, 오전에 유방외과 진료가 있으셨군요. 오후 4시 까지 기다리시기엔 텀이 기네요.”
교수님 혼자 묻고 대답하신 후 수술 부위를 보기 위해 탈의 중인데 질문을 하셨다.
“왜 항암 안 하세요?”
“제가 항암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항암 하지 않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주치의가 아니니까
유방외과-성형외과 협진이라 나의 상태를 차트를 통해 보실 수도 있지만 가끔 구두로 여쭤보시곤 했다.
수술 부위를 보시더니 붓기는 처음보다 내가 보기에도 그리고 교수님이 보기에도 많이 빠졌다는 말을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샤워 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유방암 수술 흉터에 붙이는 테이프가 비급여로 10만원이 넘어가는데 싸인을 하라며 간호사 선생님께서 서류를 내밀었다.
이건 좀 오바인 거 같은데 하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닌 재활용 하여 쓸 수 있다는 말에
결국 싸인하고 영어로 도배되어 있는 직사각형 봉투에 든 테이프를 받아왔다.
염증수치를 보아야 한다고 하여 1층으로 내려가 피를 뽑은 후 지혈을 하고 있는데 담당 간호사가 내려와 깜박했다며 플라스틱 카드를 하나 주셨다.
실리콘을 275cc 넣었다고 적혀 있었고 검색해보니 대한민국 평균여성은 250cc~300cc 라고 한다.
평생 내 가슴은 작은 줄 알고 살았는데 평균은 되는구나 ㅋㅋ
오늘로써 보험회사에 제출할 서류들을 모두 받아서 청구하니 큰 돈이 들어간 수술과 입원비 그리고 유방암 진단금을 받았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16년간 한 달 보험료 납부액이 3만원 후반대라 진단금은 천만원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쓴 돈 보다는 많이 들어와 통장이 두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