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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12일째, 퇴원! 컴백홈

기분: 해(sunny)

by 아로미

오늘은 퇴원일

천안 S대학병원에서 마지막 아침을 먹고 나니 주치의 유방외과 교수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다음번 외래 진료 때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하죠.” 라는 짧은 말씀을 하고 가셨다.


이어서 성형외과 교수님이 오셨다.


“피주머니를 가지고 퇴원 하시기로 했는데 피의 양이 줄어서 오늘 피주머니를 떼고 집에 가시는 것으로 해보죠.”


“간호사 통해 연락드리면 진료실에서 뵙죠.”


“네? 네^^”


가져왔던 짐을 싸기 위해 침대위에 물건들을 널브러뜨린 후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짐 정리를 마치고 성형외과로 갔다.

교수님은 망설임 없이 내 오른쪽 가슴 아래에 꽂혀 있는 피주머니를 손으로 잡아 떼셨다.

가슴 밑에 콕 박혀 있던 피주머니를 빼고 자유의 몸으로 퇴원하게 되었다.


피가 나오지 않았으나 혹시나 해서 밴드하나를 붙여주셨고 다음번 외래 진료 전 까지 집에서 소독하는 법을 배웠다.




같은 유방암 환자이면서 같은 병실을 썼던 L은 어제 수술하셨으니 퇴원하는 나를 보며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화가 나 있었다.


나의 경우엔 유두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했으나 수술실에서 보니 암세포는 아니고 악성종양이 발견되어 살리지 못했다고 하였다.

L은 아예 유두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기에 당연히 유두를 살릴 줄 알았는데 없어져서 황당해 하였다.


그 당시 연예인 서정희도 유방암으로 수술한 지 얼마 안 되어 연예면 뉴스에 자주 올라왔었다.

서정희는 유두를 살렸다는 뉴스를 나도 그리고 L도 보아서 알고 있었다.


L은 연예인은 수술 잘 못하면 세상 시끄러워지고 소송이 걸릴 수 있으니 유두를 살린 거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의사들 수술하기 편하자고 유두를 없애버린 거 아니냐며 열 받아 하고 있었다.

듣고 보니 L얘기가 틀린 거 같지 않았다.


처음엔 교수님이 내게 해 준 악성종양이 발견되어 유두를 살리지 못했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는데...


누구 말이 맞을까 혼란스러워졌으나 이미 없어졌는데 뭘


누가 맞고 틀리고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고 L은 나에게 번호를 알려달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살짝 망설였지만 가끔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같은 유방암 환자이고 수술방법도 같았기에

회복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면 좋겠다 싶어 번호를 알려 드렸다.

그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복도에서 오며 가며 이름은 모르지만 안면이 있던 분들과는


“저, 오늘 퇴원해요~ 건강하세요!” 라는 인사를 드렸다.


마지막으로 간호사 선생님들이 계신 곳에 가서 쑥스럽지만 그 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렸다.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퇴원금액 계산이 확정 되었으니 퇴원계로 오셔서 수납하시기 바랍니다.

-천안 S대학병원-

7,170,030원


유방암수술과 12일간 입원비용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생각보다 비용이 적게 나왔다.

아무래도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하니 고위험군이 아니라 수술 전 검사항목도 간단했고 실제 수술도 1시간이나 단축 되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엄마는 퇴원일인 오늘 오지 않으셨다. 정확히는 내가 못 오게 막았다.

엄마는 허리가 안 좋으신데 내 얼굴 고작 10분 보고자 왕복 1시간 거리를 오는 수고스러움을 떠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이럴 때 돈 쓰는 거라며 집까지 꼭 택시타고 가라고 해서 병원 앞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첫 번째 택시기사님은 장거리 승차를 거부하였고 두 번째 기사님께서 받아주셨다.


택시타고 병원이 있는 천안에서 수원 집까지 오니 길이 막히지 않았음에도 9만원이 나왔다.


“미터기에는 8만 6천원인데요...?”

“톨비”

“아, 네...”



집에 도착하니 우편함에 편지가 하나 와 있다.

우편물은 조금 있다가 뜯어보고 짐을 내려 놓자마자 밀린 빨래를 돌려놓고 그 사이 머리를 감고 바닥 걸레질을 한 후 늦은 점심을 챙겨먹었다.


폭풍 집안일을 하니 수술한 오른쪽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어 하던 일을 멈추고 소파에 앉아서 우편물을 열어 보았다.


자동이체를 걸어놓지 않았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미납 통지서였다.

지금까지 자동이체를 하지 않았던 건 현재는 지역가입자이나 빠른 시간 내 재취업을 하여 직장가입자로 변경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앞으로 최소 1년은 일을 쉴 거라 마음먹었기에 그렇다면 계속 지역가입자로 유지해 두어야 함으로


오늘부터 보험료 자동이체를 신청하여 매월 400원 정도의 할인을 받게 되었다.

한 것도 별로 없는데 벌써 날이 저물었고 그 동안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지 초저녁부터 잠에 들어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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