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성형 방법을 결정한 날

기분: 안개(foggy)

by 아로미

유방암 제거 후, 가슴을 복원하는 방법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가슴확대 수술로 쓰이는 실리콘과 나의 뱃살을 가슴으로 끌어다 쓰는 자가 지방이식

오늘은 자가 지방이식을 하기에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복부 CT를 촬영하기로 한 날이다.

사진이 뚜렷하게 나오기 위해 투여하는 약물인 조영제는 6시간 동안 음식을 못 먹을 뿐만 아니라 물 한 모금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금식을 요하는 검사는 아침에 하면 좋은데 이미 예약이 꽉 차 있기도 하고 검사결과를 보고 함께 얘기 나누어야 할 성형외과 교수님께서 오늘은 오전에 진료가 없어서 오후에 당첨되었다.

복부 CT 촬영이 오후 2시로 역산해보니 오전 8시 이후부터 물 포함 금식을 해야 한다.

아침과 점심을 건너 뛰는 건 참을 수 있는데 물을 오후2시 까지 못 마시는 건 무척 힘들 거 같았다.

심지어 여기에 오늘은 생리양도 가장 많은 날로 컨디션이 꽝이다.

엄마의 조언대로 오전 7시에 일어나서 물도 마시고 가볍게 아침을 먹었다.

오후 2시에 CT 촬영하고 성형외과 교수님을 2시 50분에 만나면 늦어도 3시 30분에는 끝나겠지

그러면 병원 앞 순댓국집에서 제대로 된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면 완벽한 일정이라 생각했다.

동탄 고속도로에서 차선 2개를 막고 도로에 아스팔트를 까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CT 촬영 예약시간에 늦지는 않았지만 가까스로 10분 전에 도착했다.




지난번에 유방 CT를 찍어본 경험이 있어 어떻게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고 이번에는 응급으로 촬영하여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는 지하에 위치한 곳에서 실시하였다.

유방 CT를 촬영 하였을 땐 조영제가 들어가는 바늘을 손목 보다 조금 위쪽의 혈관에 놔주었다.

이번에는 평소 건강검진하면 피를 뽑는 곳인 팔꿈치가 접히는 안쪽에 놔주었다.

커텐 안쪽에서 조영제 투여 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주사를 놔주고 있는 여자선생님께 갑자기 “축하해요!” 라는 말을 건네었다.

환자인 내가 있는 것을 보시고는 뒷말을 더 하고 싶은 눈치였는데 돌아섰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직원분들의 오가는 대화를 듣게 되었고 오늘은 병원 내 승진발표와 함께 재계약 연장이 결정되는 직장인에겐 희비가 교차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나의 유방외과 K교수님은 천안 S대학병원 부원장 겸 전임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유명한 교수님께 수술을 받게 되다니! 수술은 아주 잘 될 거야~ 라고 생각했다.

CT 촬영이 시작 되었고 녹음된 안내멘트에 따라 “숨을 크게 들이 마시세요, 내 쉬세요. 숨쉬세요.” 를 반복하였다.


조영제가 혈관을 타고 들어가면서 몸이 뜨거워지고 아래가 축축한 야리꾸리한 느낌을 또 한 번 느끼고 나니 종료되었다.

검사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30분이 되었다.

조영제를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하루는 물을 많이 마시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정수기로 달려가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7시간만에 마신 물이다.

점심시간이 한 참 지나서 배가 고픈건지 아픈건지 모르겠고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검사 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생리까지 하여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런 거 같다.

복부 CT촬영 판독이 나오는 동안 20분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엄마가 챙겨와 준 따뜻한 팥물을 마시니 속이 편안해졌다.


엄마는 다른 것도 더 먹으라고 했는데 나는 성형외과 교수님 진료가 금방 끝난다고 더 맛있는 그리고 제대로 된 점심을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고 우리가 있는 이곳은 음식 먹는 곳도 아니어서 주변 시선도 신경 쓰였다.

이 때 먹어 두었어야 했는데... 뒷 일을 알지 못하고


<천안 S대학병원 성형외과 진료실>


지난번 나 혼자 성형외과 교수님을 만났을 때 수술방법이 두 가지가 있음을 엄마에게 전달하였다.


첫 번째는 보형물인 실리콘을 넣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가 지방이식으로 복부에 있는 지방을 넣는 것이었다.


엄마는 실리콘으로 복원하기를 원하였고 나는 자가 지방이식을 원하여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교수님 방으로 들어갔다.


교수님은 나의 복부 CT를 보시면서 약간 들뜬 목소리로 “젊으시니까 복부지방은 이 정도면 복원하는데 문제 없겠어요.” 라고 하신다.


그리고 나서 복부혈관을 보시는데 표정이 안 좋아지시더니 이내 생각에 잠기셨다.


침묵의 시간이 흘렀고, 교수님께서 입을 떼셨다.


“여기 점 보이시죠. 이 점을 따라 연결되는 선인 혈관을 따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따님분은 이 혈관 연결선이 보이지 않으세요.

일반적이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배꼽위의 지방을 이용하면 흉이 많이 지고요, 다리에 있는 혈관을 이어서 한다면 문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엄마는 수술하다 수혈을 받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하였고 선생님은 수술 중에는 없을 거고 수술 후에 받을 수도 있다고 하였다.


혹시 수혈에 거부감이 있느냐고 되물으셨고 그건 아니라고 하였다.

난 주로 듣는 입장이었고 엄마는 오늘 성형외과 교수님을 처음 만나서 그런지 질문도 많았고 다시 한 번 확인도 하였다.


자가 지방이식의 장점이 젊어서 할 수 있고, 나중에 아이를 낳고 모유수유가 가능하다는 2가지 이유로 추천하시는 건가요?

교수님은 그렇다고 하였고 전공의 파업으로 부담이 있지만 자가 지방이식을 하겠다고 결정하시면 12시간 수술로 하루 종일 시간을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사 2명이서 해보려고 한다며 의욕이 넘쳐 보이셨다.

교수님은 대화 내내 줄곧 자가 지방이식을 권했다.


내 뒤로 진료를 기다리고 계신 65세 할머니는 자가 지방이식을 하고 싶어도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의사인 제가 권하지 않는 다는 말을 덧붙였다.




교수님은 이제 유방복원 방법을 결정 해야 된다고 하였고 나는 중재자로 나섰다.

“자가 지방이식이 좋은 건 알지만 12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이고...”

“네, 대수술 맞습니다.”


“실제로 수술한 자가 지방이식 환자가 이틀전에 문제가 있어 조치 후 오늘 잘 마무리 되어 퇴원하셨습니다. 이 수술을 하면 3일은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플 겁니다.”


“지난번 유방외과 진료 때도 암을 제거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가 왔고 지금도 같은 상황입니다.


30분만 시간을 주시면 밖에서 어머니와 얘기를 나눈 후 결정할게요. 그래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시죠.”




엄마는 실리콘으로 하자고 하였다. 자가 지방이식을 할 경우 문제가 되는 유방 말고도 배를 건드려야 되는데 그러다 잘못 되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셨다.

의료진을 믿지만 수술하면서 생기는 돌발까지 의사선생님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실리콘은 플라스틱인데 내 몸에 들어가면 적응하느라 얼마나 몸에 안 좋겠느냐며 자가 지방이식은 내 것인 뱃살로 하기에 수술은 고생스럽겠지만 한 번만 하면 되고 사후가 좋을 거라는 의견이었다.

유방암을 제거하는 수술과 가슴 복원 수술을 결정 하는데 있어서 엄마와 의견이 계속 달랐다.

유방암 제거에 있어서는 내 의견대로 전절제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복원 수술은 엄마의 의견대로 하기로 했다.


복부에 혈관이 보이지 않아 다리 혈관을 끌어다 써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모유수유를 할 확률이 극히 낮아 보였다.


“알았어, 실리콘으로 하자”




다시 성형외과 교수님을 만났고 엄마는 한 가지 더 질문을 하였다.

“실리콘을 뺀 후, 자가 지방이식으로 할 수 있나요?”

“네, 할 수는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내가 말을 이어 받아 실리콘으로 가슴복원을 하겠다고 하였다.

교수님은 왜 실리콘을 선택하였는지 이유를 묻지 않으셨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수술 준비를 하겠습니다. 저와는 수술 날 뵐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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