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을 숨기고 약속장소에 나간 날

기분: 안개(foggy)

by 아로미

유방암 진단을 받고 오른쪽 유방을 모두 절제 후 가슴복원 수술을 실리콘으로 할지 아니면 복부 지방을 끌어다 할지는 CT 촬영 후 결정하기로 했다.

천안 S대학병원을 다녀오고 다음 날인 오늘은 오래 전에 약속한 고등학교 친구 M과 만나는 날이다.

그 당시에는 중증환자로 등록되면서 산정특례를 받고 각종 검사들을 하고 있어서 유방암인 것은 알았지만


처음 검사 받았던 동네 수원 G유방외과에서 초기라고 하였으니 부분절제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상급병원인 천안 S대학병원으로 옮겨오니 담당 교수님께서는 전절제를 해야 하며 여기에 항암도 해야 한다는 암담한 결과에 힘이 안 나긴 했지만 예정대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3주 전, 텔레그램으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M : 아로미~ 잘 지내지?

텔레그램에 이름이 뜨길래 문자했어.

M은 고등학교 1학년 친구로 5명이 친하게 지냈는데 그 중 한 명 이었다.

모두들 경기도 안양에서 살다가 결혼을 하며 남편 직장 따라 부산으로 서울로, 광명, 여수로 각지로 흩어지면서 카톡 단톡방만 있을 뿐 연락이 거의 없었다.

4년만의 연락이었다.

M : 아로미, 지금 어디에 살아?

나 : 수원

M : 나도 수원 살아~수플레 맛집이 있는데 같이 갈래?


유방암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있던 나는 답장을 머뭇거렸다.


반가운 마음으로 연락을 해 온 친구에게 유방암이라는 찬물 끼 얻는 소식을 전하고 싶진 않았다.


나 : 그래~ 같이 가자!

M : 그러면 언제 볼까?


약속 당일 날, 전 날 부터 오던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약속장소에 친구가 먼저 도착했고 우린 서로를 단박에 알아보았다.

변한게 전~혀 없었다.


M은 내가 부러워하던 생머리로 항상 머리가 길었는데 단발로 짧게 잘라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있었다. 누가 봐도 머리를 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M은 내게 “살이 더 빠진 거 같네” 라며 첫 인사를 나누었다.

친구랑 얘기하며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무능력한 상사에 대해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

M은 이제 직장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후 고등학교 때부터 재능을 보였던 미술로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동화책에 삽화를 그리는 작가로 데뷔 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M이 그린 그림들을 보았고 난 똥손이라 그림 그리는 건 안 되겠고 내가 글 쓰면 그 옆에 그림 좀 그려줄래? 라는 농담을 날렸다.

M은 내게 “너, 학교 다닐 때 책 많이 읽더니 글 쓰는 걸 좋아하게 되었구나” 라고 말한다.


“내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카페 주인장께서 수플레를 테이블로 가져다 주었고 M은 오랜만에 만났는데 사진 찍어서 고딩 단톡방에 올리자고 한다.


M이 휴대폰 사진기를 셀카모드로 바꾸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나의 복잡한 마음이 표정에 드러난 걸까?

“부자연스럽지 않아? 한 번 더 찍자”

입에서 살살 녹는 수플레를 에피타이저로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고 점심으로 즉석 떡볶이를 먹으며 이야기가 무르익어 갔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고 내향형인 내게 이렇게 오랜만에 문자를 보내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거였다.

고마워서 내가 좀 더 내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사이 친구는 정확히 절반을 내 계좌로 쐈다.

먼저 연락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고 유방암인 건 꼭꼭 잘 숨겼다.




집으로 가는 사이 카톡이 계속 울려댄다.


M의 추진력 보소!!


고딩 단톡방에 수플레집에서 찍었던 사진을 올렸고 다음번엔 다 같이 보자며 날짜와 장소를 고심하고 있다.


부산에 사는 친구는 못 오겠다고 하니 그럼 4명이서 보기로 했다.


현재는 사는곳이 안양, 수원, 광명으로 중간지역인 안양으로 정해졌다.

날짜는 3월 8일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유방암 재건수술을 실리콘으로 할 경우 3월 4일, 자가 지방이식을 할 경우에는 3월 20일로 예상되었다.

엄마는 실리콘으로 하길 바라셨지만 나는 내 몸에 이물질이 들어 가는게 싫어서 마음속으로는 이미 자가 지방이식을 할 거라 결정을 내렸다.

그러니 내 계획대로 라면 수술 날짜는 3월 20일

3월 8일에 만나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유방암 이라는 건 수술을 잘 마친 후 말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나 빼고 다들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고군분투 하며 살다가 4년만에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유방암은 잠시 잊고 약속 날이 기다려졌다.

keyword
이전 26화가슴 복원에 대한 수술방법 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