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교수님과의 첫 만남

기분: 바람(windy)

by 아로미

<천안 S대학병원 유방촬영실>

안내데스크에 아무도 없다.

“계세요?”

숏커트에 파마를 한 여자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준다.

“촬영 중이라 오신 줄 몰랐어요.”

이름과 생년월일 앞자리를 말한 후, 의자에 앉아 내 순서를 기다렸다.

갓난아기가 많이 아픈지 촬영을 하러 왔는데 보호자로 온 할머니는 계속 불평이 많았다.

왜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냐며 촬영을 언제 하는 거냐고 간호사들을 닦달했고 겨우 촬영을 마쳤는데 다른 건물에 가서 촬영을 또 해야 한다고 하니 비가 오는데 어딜 또 가라고 하냐며 호통을 쳤다.

간호사가 우산을 받쳐 들고 할머니는 손주를 안고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간호사가 너무 짠해 보였다. 극한직업일세...

어느 곳에 가던지 순서 라는게 있는데 가끔은 목소리 큰사람이, 또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통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불평 할머니가 떠난 후 내 차례가 되었다.

지난번에도 유방촬영을 하러 온 곳이라 익숙했는데 촬영하시는 선생님이 지난번과 다른분이셨다.

“촬영은 2~3회 할 것이고 기계가 유방을 눌러서 아플 거에요. 제가 2번만에 끝낼 수 있도록 잘 해볼게요.” 라는 말을 덧붙인 상냥하신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약속대로 2번 만에 촬영을 끝내셨다.

처음 유방 촬영했을 땐 너무 너무 아팠는데 3번째 촬영해 보니 할 만해졌다.




유방 촬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성형외과가 있는 3층으로 갔다.


간호사는 어떻게 왔는지 물었고 유방암 수술 후 가슴복원을 위해 왔다고 말하였다.

교수님께서 수술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 1시간 이상 대기하여야 한다는 말과 함께 밖에 수납창구에 앉아 있으면 불러 주겠다고 하였다.

성형외과 진료실 앞에는 10개의 의자가 있는데 만석이었다.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진료를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가부좌 자세를 틀고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음식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과 경험을 재미있게 풀어 쓴 글이어서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내려 갔다.

너무 앉아만 있었던 거 같아 제자리에서 서성이며 걷기도 하고, 유방외과 진료 후 차 안에서 울어서 눈꼽은 끼지 않았는지 거울을 보고 있는데 내 이름을 불렀고 안쪽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곧 내 차례가 오겠구나!

진료실 앞 적혀있는 교수님 성함을 보니 여자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했다.

잠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 교수님 얼굴이 보였는데 남자였다.

남자이구나...

1시간 조금 넘게 기다려 내 차례가 되어서 엄마를 보내고 혼자 들어갔다.

잠시 나의 진료기록을 보겠다며 모니터를 보시는 동안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 동안 나는 교수님의 나이를 추정하고 있었다.

<주어진 단서는 목소리, 목의 주름, 머리스타일,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눈매>


침묵을 깨는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보다 어린분이 오신 적이 거의 없어서...”

“아, 네...”

관심법을 쓰신 건가?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속으로 뜨끔했다.



“가슴 복원수술에 대해서 찾아 보셨어요?”

“아니요, 오늘 오전에 유방외과 진료 때 치료방법을 듣고 바로 와서 못 찾아봤어요.”

“그러셨군요, 우선 유두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수술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여기 앞에 있는 실리콘이에요, 사실 가슴확대 수술용으로 나온 거 인데 복원수술로도 쓰입니다. 장점은 수술이 3~4시간으로 짧다는 거에요.

단점은 방사선치료를 할 경우 유방모양의 변형이 올 수 있어요. 환자분 사진을 보니 유방 아래 피부가 얇은편 이어서 실리콘으로 할 경우 이물감이 잘 느껴질 수 있을 거에요."

“두 번째는 자가 지방이식으로 배꼽 아래의 뱃살을 유방으로 옮기는 거에요. 수술은 12시간 정도 걸려 전공의와 의사가 하루 종일 시간을 빼야 합니다.

장점으로는 내 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안착될 것이고요, 뱃살의 혈관과 가슴의 혈관을 잇는 작업으로 잘 연결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실리콘으로 하여야 합니다.

환자분이 아직 미혼이신데 나중에 모유수유도 가능하시고요, 실리콘으로 하기엔 아까워서 자가 지방이식을 권합니다."

"네, 저도 자가 지방이식으로 하고 싶은데 전공의 파업이 언제 까지 이어질지 몰라서요."


"서울에서 수술하시려면 보통 6개월 기다려서 수술합니다. 조심스럽게 짐작하자면 한 달 후인 3월 20일 경이면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실리콘으로 할 경우에는 언제 수술이 가능한가요?"


"(다이어리를 보시더니) 3월 4일 가능하세요.”


“혼자 결정하지 마시고 다음번에는 보호자분과 같이 와서 결정하셔도 됩니다.”

“네, 그런데 실리콘은 반영구 아닌가요?”

“그렇죠, 15년 정도 쓸 수 있으며 환자분이 50세 정도 되면 교체가 필요합니다.”

“자가 지방이식을 원하신다고 하시니 복부 CT를 한 컷 찍어 볼게요.”

“오늘 가능한가요?”

“아니요, 금식이 필요해서 날짜를 따로 잡아야 해요.”

“오늘은 제가 육안으로 좀 볼게요.”

여자간호사가 들어오고 준비되면 말씀해 달라는 말고 함께 커텐으로 가려준다.

“준비 다 되었습니다.”

“침대에 걸터 앉아 보시겠어요?”

내가 어정쩡하게 앉았는지 교수님이 자세를 낮춰 보신다.

“환자분은 유방 밑선이 정확한 편이어서 실리콘으로 해도 만족스러우실 거세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아직 미혼이어서 자가 지방이식을 권한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실리콘도 좋다고 하여 혼란스러웠다.



“뱃살을 좀 보려고 하는데 바지 버클을 풀러 보시겠어요?”

교수님은 피식 웃으시더니 “힘 빼세요” 라고 한다.

(앗, 이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배에 힘이 들어 간다구욧, 누가 내 몸을 보는데 그것도 뱃살인데)

선생님 말씀에 따라 힘을 조금 뺐고 마르긴 했지만 이 정도면 자가 지방 이식은 가능할 거 같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간호사에게 나머지 오더를 내린 후 사라지셨다.


여자간호사와 나, 둘이 남았고 아까부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흰색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유방을 촬영하였다.

흰색 벽 앞에 서서 차렷 자세로 찰칵, 두 팔을 위로 들고, 왼쪽과 오른쪽 90도로 돌아서, 마지막으로 45도 각도로.

사진이 찍힌 걸 살짝 보니 얼굴은 찍지 않고 상체만 나오도록 촬영되었다.


“다음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복부CT 촬영하러 오실 수 있으세요?”

“네”

“2시에 촬영하시고 교수님은 2시 50분에 뵙는 것으로 잡을게요.”

“촬영 날에는 금식하셔야 하고요, CT 찍어 보셨어요?”

“네, 지난번에 촬영해 보았어요.”

“몸이 따뜻해 지는 조영제에 대한 부작용 없으신 거죠?”

“네, 없어요.”

(금식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오전에는 촬영이 안 될까요?”

“예약이 꽉 차 있기도 하고 화요일에는 교수님 오전진료가 없어서요.”



다시 유방외과로 가서 이름을 말하니 내 이름을 기억하기보단 인상착의로 기억하는 거 같았다.

“성형외과 교수님께서 복부 CT를 찍고 나서 수술날짜를 결정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셨어요.”

“네, 수납은 하셨어요?”

“아니요, 이제 하고 가려고요”

간호사는 왜 인지 알 수 없지만 살짝 미소를 보였다.

오전 10시 30분에 와서 오후 4시 30분이 되어서야 병원 밖을 나선다.

드디어 집에 간다는 설레는 마음이 목소리에 담겼나 싶었다.

여튼 나도 화답으로 살짝 웃으며 “다음주 화요일에 뵐게요.” 하며 인사 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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