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결과를 들으러 간 날 -1

기분: 비(rainy)

by 아로미

검사결과가 나오기 까지 1주일의 시간이 있었다.

바다를 보러 강릉을 다녀오고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오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갔다.

D-day. 검사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가는 날

미혼인 나는 보호자인 엄마와 함께 가기로 했다. 엄마와 따로 살고 있어 천안 S대학병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엄마와 나는 오늘 아침엔 뭘 먹고 왔는지 좋은꿈은 꾸었는지 같은 가볍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곧 침묵이 흘렀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고 진료실에 들어가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보호자인 엄마와 같이 왔습니다.”

첫 진료 후 각종 검사를 하고 교수님과는 오늘이 두 번째 만나는 날이면서 거의 3주 만이었다.

인사치레로 라도 그 동안 잘 지냈는지 같은 말은 전혀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수술 후 정확한 병기가 나오겠지만 유방암 1기에서 2기 사이로 보입니다.”

“치료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유방을 모두 제거하는 전절제를 한 후 유방 복원수술을 하는 거고,


두 번째는 항암치료를 먼저 하여 암의 크기를 줄인 후 반만 절제를 하는 거에요.”

엄마와 나 모두 생각한 거 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엄마랑 똑같이 유방에서 만져지는 멍울의 크기가 2.5cm여서 부분절제를 할 거라 예상했었다.

엄마는 딸의 전절제만은 피하고 싶어 암 부위만 제거하면 안 되는지 물었다.

의사는 영상을 가리키며 지금 오전10시 방향으로 만져지는 것 뿐만 아니라


반대편 대각선으로 희미한 점처럼 보이는 것은 암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결국 둘 다 제거해야 하기에 유방의 절반만 남게 될 거라 하였다.


이렇게 반절제만 할 경우 다시 재발의 위험성이 있기에 권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2번 선택지인 선항암을 할 경우 암 사이즈가 줄어들 확률은 50%로 1번 선택지인 바로 수술하는 전절제를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우리 병원에서 일주일에 1번은 유방 전절제 수술과 가슴복원 수술을 하고 있다고 하니 교수님 말씀대로 1번 선택지인 전절제를 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

엄마는 멘붕이 왔는지 이미 앞서 교수님이 말했던 답변을 망각한 채 또 물어보았고 교수님은 종이와 펜을 꺼내 다시 설명해 주셨다.



나는 항암치료에 대해 질문하였다.

“1번 전절제 수술을 선택할 경우에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나요?”


“아니요, 항암치료는 해야 합니다. 1번의 경우 수술 후에 항암치료를 2번은 반대로 먼저 항암치료를 하고 수술을 하는 거죠.”


“그럼, 항암치료는 얼마나 받나요?”

“꽉 채워 항암치료를 받는다면 6회인데 환자분은 비교적 초기이기에 4회만 받으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항암주사를 맞으니 4개월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슬쩍 엄마를 보니 멍하니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지금 이 자리에서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하는 건가요?” 라고 질문을 하였다.

“지금 당장 결정하기는 어려우시겠죠, 시간을 드릴게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2시 30분부터 1시30분은 교수님 점심시간이시니 그 전에 오거나 아니면 오후에 와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시죠.”


방문을 닫고 진료실을 나왔고 간호사가 잠시 교수님 방에 들어갔다가 오더니 언제 다시 올 거냐고 묻는다.


“12시 10분에 와도 될까요?”

“12시 까지는 오셔야 되세요.”

“교수님께서는 오후에 와도 된다고 하셨는데요...”

오후엔 교수님이 안 계신다며 오늘 오전 중으로 결정을 해야 될 상황이었다.

아니면 집에 가서 더 생각해 보고 다른 날 다시 교수님과 상담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이게 생각을 더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걸 엄마와 나는 알고 있었다.

다시 시계를 보니 5분이 흘러 오전 11시 20분, 12시까지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다시 오기로 했다.



엄마는 시간이 없으니 그냥 여기 유방외과 대기실에서 얘기하자 했지만 나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고 엄마를 이끌었다.


여기서 얘기하면 간호사도 다 들을 거고 제대로 속 터놓고 말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유방외과를 포함한 각종 검사들을 하는 1층 보다 한 층 위인 2층으로 올라가 비교적 사람들이 적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목소리를 낮춰 엄마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네”

“그러네...”

“난 1번인 전절제를 한 후 유방복원술을 선택했으면 하는데, 엄마 생각은 어때?”

“엄마는 여전히 암만 제거했으면 하는데”

“그건 안 될 거 같은데... 1번과 2번 선택지 중에 없잖아.”

“너가 1번으로 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자”

“3년 전 직장인 건강검진을 하면서 사비로 유방검사를 했을 때 6개월에 한 번씩 오라는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아니 6개월이 아니라 1년에 한 번만이라도 검사를 받았다면 오늘 같은 날이 오지 않았을텐데... 결과론적 얘기지만”

엄마는 말이 없었다.

“곧 12시 다 되어가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화장실을 다녀온 후 엄마가 있는 자리로 돌아가니 남동생과 통화를 하고 있는 거 같았다.


내가 의자에 앉는 인기척을 느끼고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누구랑 통화했는지 그냥 물어보지 않았다.

“이제 가자”


-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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