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결과를 들으러 간 날 -2

기분: 비(rainy)

by 아로미

<오후 12시, 천안 S대학병원 유방외과>

교수님 방으로 보호자인 엄마와 다시 들어갔다.

“(수술방법을) 결정하셨어요?”

“네, 1번으로 할게요. 전절제 후 복원수술 같이 하는 것으로요.”

“네, 그러면 제가 성형외과 교수와 상의해서 수술날짜를 잡을게요.”

“수술 후 병원에는 얼마나 입원해 있나요?”

“열흘정도 입원해 있어야 하십니다. 그럼 오늘 성형외과 진료를 보고 가시죠.”

”네.”

교수님과 나의 대화 중 엄마가 불쑥 끼어들었다.

“우리 딸의 암 유형을 적어 주실 수 있을까요?”

<내강형 B타입 유방암> <침윤성 유관암> <에스트로젠 수용체 양성> <프로제스테론 수용체 양성> <허투 음성> <보조치료로 항호르몬치료와 항암치료 필요> <Ki67 70%>

진료실을 나온 후, 간호사는 오늘 오후 나의 성형외과 당일진료 접수를 끼어주고 타과에도 전화를 돌리느라 바빠 보였다.

“엄마 먼저 집에 가는 게 어때? 나머지는 내가 혼자 할게.”

“왜? 같이 점심도 먹고 얘기 좀 하지, 엄마도 성형외과 진료 같이 보면...”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른다.

“아로미님, 오늘 오후 2시 30분에 오른쪽 유방 확대 촬영 한 번 더 하시고 3시에 성형외과 교수님 진료 보신 후, 저한테 다시 오세요.


성형외과는 이 건물 한 층 올라가면 있고 아마 조금 대기시간이 있을 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오후에 뵐게요.”



엄마는 계속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는데 나는 싫다고 맞서며 병원 정문 까지 왔다.

점심 먹으면서 나의 유방암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둘 다 눈물이 나올게 분명하였다.


엄마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엄마, 점심은 다음에 같이 먹자. 응?”

“그래, 알았어.”

엄마는 가방에서 무언가 꺼낸다. 2008년에 가입했던 색이 바랜 보험증권을 나에게 건넨다.

엄마로부터 독립하면서 매달 내가 보험료를 납부하였고 카카오톡으로 1년에 한 번씩 계약내용이 왔었는데 사실 문서 조차 열어보지 않았었다.


곧 있을 유방암 수술 후 보험료를 청구해야 하니 엄마는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보험약관을 나를 위해 챙겨 오셨던 거였다.

너랑 같이 점심 먹을 때 주려고 했는데 라며 엄마가 직접 만든 손두부랑 결명자 끊인 차를 내 손에 쥐여 준다.


“두부는 집에 가서 물 부어 놓고...”

엄마는 할 말이 더 남아 있어 보였지만 나는 눈물이 나올 거 같아 급히 말을 끊었다.

“알았어, 택시 타고 조심히 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꾸역꾸역 눈물을 참으며 엄마가 준 물건들을 챙겨서 주차장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퀴블러-로스’ 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로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라고 정의하였는데 이 이론은 죽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슬픔을 받아들일 때도 적용된다.

현재 나의 상태는 2단계, ‘분노’ 상태이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들어가 소리 내어 울음을 쏟아냈다.

<나보다 고기도 술도 많이 먹고 운동도 안 하는 사람은 유방암에 안 걸리는데 왜 내가 ‘유방암’ 이지?>


<아직 병원나이로 36살 밖에 안 되었는데... 세상이 불공평한것만 같아 억울하고 분했다.>

5분쯤 울었을까?

눈물과 콧물로 범벅 댄 얼굴을 휴지로 닦은 후 오후에 있을 성형외과 진료를 봐야하니 마음을 진정시킨 후, 혼자 점심을 뭘 먹을까 생각한다.




오늘 같은 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자!

병원에서 가까운 S떡볶이집으로 들어갔다.


내 옆에는 모녀지간이 먼저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내가 다니는 천안 S대학병원과 같은 곳으로 진료 예약시간이 다가와서 자리를 떠났다.

S떡볶이 분식점 상호명 뒤에 ‘S대학병원점’ 이라 되어 있으니 진료 보러 오는 환자들이 간단히 점심을 먹으러 많이 오겠구나 싶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유방암 인걸 들킬세라 교수님께서 적어주셨던 종이를 반만 펼쳐서 보았고 <내강형 B타입 유방암> 에 대해 검색했다.

여성호르몬이 많아서 생기는 유방암 중 ‘A타입’ 과 ‘B타입’ 두 가지가 있는데 A타입은 70%정도 차지하고 나에게 해당하는 B타입은 20-30%라고 나온다.


내용을 읽고 있는데 주문한 음식이 내 앞으로 왔다. 종이를 얼른 접어서 가방에 넣고 일단 먹자!

[떡볶이, 김말이 튀김, 꼬마김밥]

혼자서 먹는데 푸짐하게 시켰고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오른쪽 유방 확대 촬영하기 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휴대폰을 열어 초록색 창에 유.방.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정보들을 읽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다시 천안 S대학병원으로 돌아가 유방촬영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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