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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유 Apr 22. 2022

르 라보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특유의 매력이 있다.

취향이 있는 사람은 '태[態] '가 다르다



바야흐로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나는 르 라보를 잘 모르던 시절부터 좋아했다. 가로수길을 걷다 맡게 된 르 라보 특유의 신선한 향은 그때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아는 향 이라고는 올리브에서 파는 향들 뿐이던 나에게 르 라보의 발견은 머리를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듯한 순간이었다. 길을 가다가 이상형을 만난(첫눈에 반한) 기분이어서 주저 없이 르 라보 매장으로 달려갔다. 그 향의 이름은 <상탈 33>라는 향이었다. 물론 지금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그때의 기억이 묻어있는 <르 라보>가 나의 첫 시작이었다. 르 라보 이야기를 하면 세 시간도 떠들 수 있을 거니 차근차근 이야기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다. 우스갯소리로 ‘공식적으로 위촉된 적 없는 르 라보 홍보대사’라고 지인들에게 장난치지만 지인들은 진지하게 나 덕분에 르라보에 많은 향수들과 핸드크림, 로션 등등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들 할 정도다.

코로나 시대에 유일하게 매출이 성장한 분야가 니치 향수와 위스키 산업이라고 한다. 한 번의 여가생활을 보내더라도 만족스럽게, 그리고 더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노력들이 많아지면서 술 한잔을 마시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소비를 해야겠다는 심리적 요인이 가장 컸을 것이다.

위스키가 대중들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고급스러움, 사치, 같은 느낌일 것이다.

이제는 사치가 아닌 나의 돈과 시간을 쏟는 하나의 아이템이자 소비 습관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젠 르 라보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 이유와 하필 그 많고 많은 향수 브랜드들 중에 왜 내가 르 라보를 좋아하는지 무엇이 다른 브랜드들과 다른지 이야기해보자.



<취향이 있는 사람은 ‘태’가 다르다.>

취향이라고 하면 단순히 치킨을 좋아한다 매운 걸 좋아한다와 같은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취향이 아닌 치킨은 무조건 교촌 허니 콤보에 엽떡 오리지널 당면 추가해서라든가 남들과는 비교가 될 수 있는 나만의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들. 비록 그게 다른 누군가도 같은 <취향> 일지라도 무언가가 다른 디테일함들… 매력을 느끼던 중 사소한 디테일함을 생각하는 습관들이 축적되어 취향이 된다고 생각하고 여러 취향이 모여 개인적인 ‘나’라는 사람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나는 르 라보를 좋아하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lawrence>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비 오는 날은 꼭 ‘누자베스’의 <Luv sic part 3> 들으며, 연희동에 위치한 푸어링 아웃 카페 벤치에 앉아 신청곡을 들으며 사색에 빠져있는다.

특히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우디 한 향이 내 몸이 스며들기가 좋아서 매번 그 입구 쪽 벤치에 앉는다. 만약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면 ‘아 얘가 왜 나랑 뭔데 취향이 같아?’ 등의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는다. 오히려 반가워하겠지 왜냐면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을 효율화시켰다.
효율화를 급속 성장하게 만든 원인들은 분명히 많다.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효율화시킨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우리 삶의 시간을 세분화시킨 것은 확실하다. ‘한 번에 한 개만’ 한 물건만 배달해주는 쿠팡 이츠부터
워라밸:일과 삶을 분리하는 단어. 일은 그냥저냥 하면서 오히려 소비만 하는 습관.

욜로:YOLO 한 번뿐인 인생,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와 같은 '지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단어들.

사실 지금 있는 돈과 시간을 당장에 쾌락을 위해 소비하라고 나온 단어는 아닐 것이라고 난 분명히 생각한다.

더불어 취미의 폭도 깊어진 것도 한몫한다.

인스타그램은 양날의 검:나도 여기 방문했다. 해시태그 카페를 검색하면 피드에 셀카가 더 많이 뜨는 것을 보며 공간의 대한 경험은 사진 찍는 곳으로 일단락되었으며 한 번 방문했다 하면 웬만해선 다시 안 가는 문화. 일회성이 되어버린 공간들.
그러니 더 자극적이고 더 넓고 더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찾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해주기 위해 더 큰 금액을 투자해 만드는 공간들.
시간의 세분화:농경사회에는 24절기 기준에 따른 정해진 계절별 시간만 지키면 됐는데 현대사회에 들어와 급성장이 가속화되면서 15분도 무언가를 경험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되니 효율화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취향이라는 키워드만큼은 효율이나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이자 관심의 축적이다. 즉 내가 관심 갖는 이 분야에 돈을 소비하고, 쏟아부은 시간의 축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12년 교과과정부터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적 시선까지, 다양함을 잃어버린 현대사회에 개인의 취향이란 획일화를 멈출 키워드가 되었으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잃어버린 우리 문화의 ‘공동체’라는 감정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것과 개인의 소유적인 것들, 재미없는, 대중에게 관심받지만 여전히 독립적인 주체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온전히 본인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어쩌면 코스매틱 브랜드 니치 향수 르 라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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