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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유 Apr 26. 2022

르 라보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특유의 매력이 있다.

르 라보는 무언가가 좀 '힙'해



마스크를 벗고 싶어도 벗을 수 없는 시대
마스크로 인해 사람의 표정을 읽을 수 없고 눈빛만으로 대화해야 하는 시대에 가장 직관적으로 사람을 끌리게 하는 감각기관 바로 후각이다.
외모도, 성격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좋은 향이 난다면 뒤돌아보게 될 텐데...
마스크를 쓰고 코가 뒤덮인 상황에서도 향이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후각만큼은 본능적인 감각기관이라는 것을 피력하는 거일지도 모른다.

니치 향수와 취향의 공통점
니치 (niche) : 장식을 위하여 벽면을 오목하게 파서 만든 공간. 등잔이나 조각품 따위를 세워 둔다.
‘틈새시장'이라는 뜻을 가진 마케팅 용어로 네이버에 검색하면 이렇게 가장 먼저 검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서향 귀족들이 개인의 특징과 특유의 향을 갖고 싶어 의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일화로 크리드가 실제 유명인사들의 향을 조향 해주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현대사회는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단 한 번을 소비하더라도 올바른 소비, 나만의 소비, 감정적 혜택을 얻기 위한 소비를 한다. 취향 역시 자신만의 영역 또는 감각, 자신을 장식하는 공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개인주의 현상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난 바로 향수 산업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만의 취향, 지금껏 시중에 판매되는 평범한 향들과는 다른 나만의 향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향의 대한 취향이 생기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대감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취향과 취미는 세분화되었고 감정적 혜택의 골은 더 깊어져야만 했다. 르 라보는 어떻게 향을 세분화했고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점을 두었는지 알아보자 그리고 이 차별점이 힙함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어떤 감정적 혜택을 주었는지까지 다뤄보도록 하겠다.



르 라보는 특유의 ‘힙함’과 ‘스타일’을 갖고 있다.



-확실한 콘셉트와 그에 맞는 디자인과 네이밍
Lelabo :  프랑스어로 공방실, 연구실이라는 뜻으로 서울에 있는 쇼룸의 콘셉트도 공방실을 연상시키는 우드톤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인테리어로 되어있다. 마치 무채색 도시에 있는 듯한 모던함 그리고 그 공간 사이사이를 채우는 르 라보 특유의 향들이 공간을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준다
르 라보의 기존에 있는 향수 브랜드들과는 정말 많은 차이점이 있고 이 차이들이 지금 나를 미치도록 만든 것이 있다.


바로 향수의 네이밍이다.  

상탈 33, 떼 누아 29 가이악 10과 같이 향수의 주 향료가 되는 원료들을 향수 이름으로 쓰며 들어간 향료의 개수가 숫자로 붙는다. 이 부분이 공방실이라는 콘셉트와 브랜딩에 잘 맞아 매력적이었다.


이런 향의 정확한 이름과 사용된 향료에 개수를 기재하는 것처럼 우리도 두리뭉실한 사람이 아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취향은 어떤지 어떤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는, 또는 반대로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이런 사람이  매력적이더라



-힙스터들은 본인이 힙한 줄 모른다. 그리고 본인을 힙스터라고 칭하지 않는다.


힙스터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게 표기되어있다.
‘194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써, 유행 같은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를 이르는 말’ 주위에서 힙스터라고 단정 짓는 순간 그건 힙한 게 아닌 게 되어버린다. 큰 흐름을 따지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좇는 부류인데 이 부류를 힙으로 단정 지어버린다면 아무도 힙을 찾지 않게 될 거다 왜냐면 남들도 다 하니까. 흔한 게 되어버리니까 그래서 비주류를 좇고 계속 남들이 하지 않는 특별함을 추구한다 그리고 찾아나간다. 괜히 인스타 핫플 , 나도 여기 가봤다, 가오픈 단속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르 라보의 바틀 디자인은 정말 힙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깔끔한 무채색 디자인에 더티하게 쓰인 글자들, 향의 원료와 숫자를 기재한 디테일. 브랜드 로고는 보이지도 않은 핸드크림이나 핸드워시들 자세히 보면 영어로 된 글자들이 바틀에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다.





보통 다른 브랜드들이라면 향수의 네이밍이나 브랜드 로고를 크게 붙이겠지만 르 라보는 자신들이 사용한 향료와 성분들을 작은 글자로 적었다. 공방실이라는 브랜딩답게 원료와 향의 플레이버들에 집중한 것 같았다. 이게 르 라보가 타브랜드들과 다른 매력이랄까... 타브랜드들은 로고를 크게 기재하여 자신들의 로고를 보여줌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방면에 (타브랜드들이 별로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차이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니 과한 해석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다) 정작 르 라보는 그저 자신들이 만들 제품의 성분 과 향료를 적으니 뭔가 다른 브랜드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한다. 그렇다고 어느 브랜드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게, 누가 봐도 르 라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힙'함이 느껴졌다 직관적으로 브랜드 네이밍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브랜딩을 바탕으로 역설적인 광고효과를 내는 브랜드가 더욱 매력적이다. 



마치 유럽 안경 브랜드 ace&tate처럼 선글라스 광고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강한 햇살을 마주한 찡그린 눈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데 이 사진이 역설적으로 마치 우리들에게 선글라스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처럼. 브랜드 로고나 판매하려는 제품을 굳이 표출하지 않아도 무엇을 판매하려는 것인지 아는 게 진짜 매력 아닐까? 이런 요소들이 와닿으며 요즘 인플루언서들이나 사람들이 추구하는 모습과도 닮아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의도한 것처럼 느껴지는 디테일 그리고 뭔가 새로워, 원하진 않은 무관심 속 관심 이런 것들이 힙하다고 느껴지는 감정적 혜택’ 이 요즘 브랜드들의 화두 아닐까? 그리고 이런 브랜드들이 개인의 서비스에도 신경을 쓴다면 정말 빠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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