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batical Journey 25년 12월 8일
추운 거리를 운전해 도착한 뒤, 주차하고 찬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나는 빨간 벽돌의 큰 건물, 한 홀에 들어섰다. NGO ‘더 멋진 세상’에서 오랫동안 봉사해 오신 지인께서 나를 초청해 주신 자리였다. 홀 문 앞에 서는 순간, 나는 이곳이 낯설지 않다. 스무 해 전, 내가 청년이었을 때, 이 건물 곳곳을 돌며 휴지통을 비우는 봉사를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찾은 이 공간, 홀의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온기를 느꼈다. 마치 꽁꽁 얼어 있던 얼음이 따뜻한 기운 속에서 녹아내리듯, 내 마음의 모든 긴장감이 서서히 사라졌다.
지인께서 몇몇 분들을 소개해 주셨다. 모두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마치 이미 알고 있는 듯 자연스러웠다. 설명할 수 없는 이 따뜻한 방은 세상에 숨겨진 또 하나의 시공간처럼 느껴졌다. 문득, 성경 속에 묘사된, 신부의 새하얀 드레스, 그 깨끗함과 정결함, 아름다움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사람들은 내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여러 나라의 소식들을 나누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 전쟁, 난민들, 그리고 그들을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고, 실제로 도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직장이나 사회의 회의 자리에서 흔히 느끼는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태도와는 전혀 다른, 평온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역동적인 회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오랫동안 준비해 온 우간다 교육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경청해 주었고,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들에 대해 나누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나눠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가 물었다.
“여보, 어땠어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멋진 곳에 다녀왔어.”
오늘 그곳, 더 멋진 세상을 꿈꾸는 그 곳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