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batical Journey 26년 03월 06일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고, 낮에는 따뜻하며, 공기는 언제나 신선하다. 이렇게 상쾌한 공기를 마셔본 적이 과연 언제였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창가로 햇살이 스며들고, 창문을 열면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저 너머에는 처음 보는 새가 날아들고, 다람쥐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울타리를 넘는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이토록 고요한 아침은 마치 하늘도 새 옷을 입고, 땅도 새롭게 단장한 듯하다.
잠시 그 고요함에 머물다가, 그러나, 거친 냉장고 소리에 나는 다시 현실을 마주한다. 그렇다! 여기는 실리콘 밸리이다! 고향 땅을 더나, 그토록 기다렸던 실리콘 밸리에 우리는 도착했다! 침대가 없어 아이들은 매트 위에서 뒤척이며 잠을 잤고, 아직 렌터카를 운전하며 현금을 소진하고 있다. 한국에서 밀려오는 일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쌓여만 간다.
자동차를 마련해야 하지만 시간도, 체력도, 돈도 넉넉하지 않다. 가구가 거의 없어 카펫 위에는 짐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며칠째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보니 이제는 차라리 크림치즈를 곁들인 베이글이 그리워진다. 운전면허, 아이들 학교 등록, 각종 행정 절차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집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아이들은 결국 짜증을 낸다.
“아빠, 불편해요.”
그래서 나는 말했다.
“캠핑 왔다고 생각하자. 캠핑 가면 텐트 치고 맨바닥에서 자잖아. 불편해도 재미있잖아.”
헛웃음이라도 한 번 지어본다.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 마치 모든 것이 처음인 이곳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출발한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몸은 고단하다. 그럴수록 나는 마음속에 언젠가 마주할 진짜 ‘새 하늘과 새 땅’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