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batical Journey 26년 03월 22일
인생에 단 한 번, 완벽한 휴가가 있었다. 바로 신혼여행, 그 일주일이었다. 오직 내 곁의 한 사람만을 생각하고, 바다와 산의 풍경에 감탄하며, 하루하루 기쁨으로 가득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모든 여행에서는 언제나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고, 해외 로밍도 잊지 않았다. 휴가 중에도 어떤 연락도 놓치지 않으려는, 철저한 휴가(?)를 가졌다. 멋진 풍경을 보고, 산해진미를 맛보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늘 '일'이 자리하고 있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한 달이 지난 지금,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고,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학교 행정과 학생 지도는 다시 밀물처럼 밀려온다. 마치 읽어야 할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 같다. 오늘 해야 할 일, 일주일 뒤, 한 달 뒤 마감인 일들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나는 언제까지 일하며 살아가야 할까?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십자가가 있다. 나에게는 가정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아내와의 관계가 있고, 직장에서 맡은 일들이 있다. 이것을 대신 짊어져 줄 사람은 없다. 이것이 바로 나의 십자가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눅 9:23)
예수님은 당신의 십자가를 함께 지자고 하지 않으셨다. 각자 ‘제 십자가’를 지라고 하셨다. 그리고 한두 번이 아니라, 날마다 지라고 하셨다.
온 인류를 위한 십자가, 그 무겁고 혹독한 십자가를 생각하면 나의 십자가는 그저 가벼울 뿐이다. 그러나 나의 십자가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십자가와 연결되어 있음은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라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 속에서 우리가 피조물이란 것과 창조주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요즘 연구하고 있는 개념 중에 ‘음의 탄성(Negative Elasticity)’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정도 압력이 이미 가해진 상태에서는 작은 외부의 힘만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그 상태에서는 작은 도움만 있어도,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다.
매일의 십자가를 피하지 말자. 매일 내게 주어지는 작은 십자가를 지는 연습을 하자. 마음은 가벼워진다. 언젠가, 내 힘만으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